고대하던 빼어난 장신 골잡이가 한국에 등장했다. U-20(20세 이하)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오세훈(20)이 월드컵 무대에서 헤더로만 결정적인 골들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한국은 5일(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2019 U-20 월드컵 16강에서 오세훈의 결승 골에 힘입어 일본을 1대 0으로 무너뜨렸다. 일본은 단단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공을 보유하며 골문을 두드렸지만, 결정력에서 앞선 한국이 신승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오세훈은 최전방을 휘저으며 대표팀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수비적인 5-4-1 포메이션으로 운영했던 전반전에 그는 원톱으로 뛰며 기회를 엿보았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9분에는 최준이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를 머리로 절묘하게 살짝 돌려 결승 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3차전 선제골에 이은 2경기 연속 득점이다.
193㎝인 오세훈은 전형적인 타겟형 스트라이커다. 수비수를 높이에서 압도하며 롱볼 패스를 동료에게 연결하는데 능하다. 상대를 등지는 영리한 포스트플레이로 기회도 곧잘 만들어낸다. U-20 선수들이 입을 모아 오세훈을 믿고 마음 놓고 긴 패스를 보낸다고 할 정도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6일 “오세훈은 김신욱 이후 가장 인상적인 장신 최전방 공격수다. 향후 대표팀의 공격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울산 현대 유스팀인 현대고등학교 시절부터 오세훈은 도드라졌다. 2017년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영플레이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울산에서 데뷔한 그는 프로 무대에도 점차 적응 중이다. 올 시즌에는 아산무궁화축구단으로 임대된 후 K리그2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에서 가장 어린 막내지만 9경기에 출전해 벌써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박동혁 아산 감독은 제자에 대해 “워낙 신체조건이 좋고 성실하다”라며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서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고 했다.
성실함은 재능 있는 유망주를 꾸준히 성장할 수 있게 한 토양이었다. 오세훈은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소집되면서도 소속팀에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K리그2 디펜딩챔피언인 아산에서 9번을 꿰차고 중용되는 이유다. 박 감독은 “세훈이는 말없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팀 내 출전 기회도 본인이 열심히 해서 따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달아 골을 넣으며 뜨겁게 달아오른 오세훈의 시선은 4강 너머를 향한다. 오세훈은 한·일전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우승해서 국민들께 감동을 전해드리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9일 세네갈과 8강전을 치른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