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범행 당시 현장에 아들이 있었다고 진술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아들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4시20분쯤 고씨와 숨진 전 남편 강모씨(36)는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 함께 들어가는 모습이 펜션 CCTV에 담겼다. 당시 고씨는 가방 2개를 들고 있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7일 낮 12시쯤 고씨가 가방을 들고 펜션을 나섰다. 반면 강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아들이 자는 사이 전 남편을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CCTV에 아들이 포착되지 않았고 고씨의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혼선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장에 아들이 함께 있었다는 고씨의 진술을 신뢰하긴 어렵다.
고씨는 다음날인 28일 펜션에서 퇴실했고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왔다. 경찰은 이날 제주를 빠져나가기 위해 고씨가 이용한 완도행 여객선 내 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고씨가 여객선에서 무언가를 바다에 버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해당 CCTV에는 고씨가 오후 8시30분 출항하는 여객선에 탑승한 지 1시간만인 오후 9시30분쯤 여행 가방에서 무언가 담긴 봉지를 꺼내 수차례 걸쳐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의 유족들은 법원 결정으로 강씨와 아들이 만나게 되자 고씨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고씨의 범행동기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고씨가 피해자에게 약을 먹였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펜션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약독물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찰은 고씨의 시신을 찾기 위해 해경과 해상을 수색 중이다. 경찰은 또 고씨가 강씨의 시신을 해상에 이어 육지에도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고씨가 제주를 떠난 뒤 주거지인 충북 청주시에 도착하기 전인 5월 31일 까지 전남 영암과 무안을 거쳐 경기 김포시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고씨는 전 남편 강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 범행을 은폐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또 휴대전화에서 니코틴 치사량과 살해도구를 검색한 것도 확인돼 계획적 범행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고씨를 상대로 오는 11일까지 수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날은 고씨의 구속 만기일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