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e스포츠 프로 입문의 장으로 알려진 ‘오버워치 컨텐더스 트라이얼 코리아(OCTK)’가 주최측의 잇따른 일정 변경 통보로 논란을 사고 있다. 특정 팀의 대회 참가를 성사시키기 위해 일정과 대진을 임의로 바꾸면서 다른 참가팀의 불만을 키웠다. 주최측인 블리자드는 대회 규정 내에서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공식화된 일정을 정정하는 데 신중을 기했어야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2019 OCTK 시즌2’의 개막일과 대진이 특정 팀의 일정을 맞추느라 변경됐다. 원래 OCTK 시즌2는 지난달 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퓨전 유니버시티’가 팀 MVP의 시드권을 사면서 대회 개막일이 이달 4일로 늦춰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독일에서 대회를 소화한 퓨전 유니버시티의 입국이 늦어지면서 OCTK 전반부 대진이 임의 조정됐다. 4, 5일에 예정돼있던 퓨전 유니버시티의 경기가 7일로 배정돼 다른 2개 팀도 원래 경기가 없던 날 시합을 치르게 됐다.
퓨전 유니버시티는 오버워치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필라델피아 퓨전의 아카데미 팀이다. 이 팀은 북미에서 열린 컨텐더스에서 4회 우승을 차지하고, 북미·유럽·남미 상위권 팀이 맞붙는 아틀란틱 쇼다운에서도 챔피언에 오르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퓨전 유니버시티가 한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며 화제를 낳았다. 북미·유럽을 재패한 팀이 한국에서도 통할지 이목을 샀다.
이 팀은 3일 새벽(한국시간) 독일 크레펠트에서 진행된 아틀란틱 쇼다운을 마치고 다음날 새벽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었으나 비행기 연착을 이유로 개막전(4일 저녁)과 그 다음날 경기에 참가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블리자드에 전달했다. 내용을 확인한 블리자드는 4일과 5일 예정돼있던 퓨전 유니버시티 대진을 다른 날로 미뤘다.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대회 운영 사무국이 퓨전 유니버시티가 예정된 스케줄대로 대회 참여가 어렵다는 사실을 4일 새벽에 확인했다. 개막 직전에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라 대회 사무국이 대회 규정에 따라 일정 보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영향을 받은 팀의 의견을 수렴해 일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참가 팀은 이 같은 결정이 주최측의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호소한다. 이미 공식화된 대회 일정을 특정 팀의 사정으로 바꾼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애당초 독일에서 결승전을 치른 뒤 다음날 7시간 시차의 한국으로 넘어와 개막전을 치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대회 참가를 강행한 팀과 대진을 임의로 변경한 주최측의 ‘무리수’가 지금의 사태를 야기했다는 게 타팀의 주장이다.
이번 사태로 일정이 변경된 팀 관계자는 “필라델피아 아카데미가 들어오면 흥행에서 장점이 있다고 블리자드측이 말했다. 그러나 대진이 바뀌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연습을 새로 해야한다”면서 “규정을 앞세워 확정된 대진을 바꿔버린 것은 프로 대회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사정으로 대회 참가가 어렵다면 몰수패를 선언하는 게 맞다. 경쟁해야하는 상대팀 입장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