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후 우울증·거식증’ 17세 소녀 선택에 네티즌들 ‘애도’

입력 2019-06-06 00:37
노아 포토반 인스타그램

두 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더 이상 살아갈 힘이 없다’고 느끼게 된 네덜란드의 17세 소녀가 SNS를 통해 자신의 안락사 결정을 알린 뒤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에 네티즌들은 추모의 글을 올리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001년생인 노아 포토반은 네덜란드의 자택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포트반은 안락사를 준비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이기거나 배우거나’를 출간했다. 책에는 11살, 14살 때 성추행·성폭행 사건을 겪은 이후 수년 동안 고통에 시달려왔던 포토반의 삶이 묘사돼 있다. 그는 우울증, 거식증 등으로 괴로워했다. 숨만 쉬고 있을 뿐 살아 있지 않다고 느꼈다.

노아 포토반 인스타그램

포토반은 가족 몰래 안락사 클리닉과 접촉했다. 이 사실을 눈치챈 부모는 딸이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설득했다. 부모는 포토반이 밝아지고, 사랑에 빠지고,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포토반은 이미 너무나 지친 상태였다. 거식증과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몇 년 동안 청소년 보호 시설에 입원했다. 심각한 저체중과 장기부전을 겪었고 혼수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최근 1년간은 식사를 거부해 튜브로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포토반을 도우려는 모든 노력은 무위로 끝났다. 그리고 포토반은 17세가 됐다. 네덜란드에서 17세가 되면 부모 동의 없이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다.

포토반은 끝내 자신의 안락사를 고집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이 사실을 공유할지 말지 고민했지만 결국 알리기로 했다. 오랫동안 계획한 일이고 충동적인 게 아니다”라며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나는 최장 10일 안에 죽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년간의 투쟁과 싸움으로 진이 다 빠져버렸다”며 “먹고 마시는 것을 잠시 그만뒀고 고통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 끝에 나 자신을 보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포토반은 안락사 전 15가지 소원 중 14가지를 이뤘다. 스쿠터를 타고, 술을 마셨으며, 담배를 피웠다. 문신도 해봤다. 남은 한 가지 소원은 하얀 초콜릿바 먹기였다. 이것만은 거식증을 앓고 있어 이루지 못했다.

노아 포토반 인스타그램

2017년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6585명이다. 모든 안락사 신청자는 지역 위원회의 엄격한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적극적 안락사와 조력 자살 등을 모두 허용하는 국가는 캐나다(퀘벡주 제외),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다. 적극적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독극물을 주입해 사망하게 한다. 조력 자살은 환자가 의사에게 처방받은 독극물을 스스로 주입하는 방식을 뜻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