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양국이 일본 도쿄에서 접촉했지만 여전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중재위원회 설치에 응할 것을 우리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행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5일 일본 외무성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국장급 협의는 그간 외교당국 간 다양한 수준에서 지속해 온 소통의 일환으로 개최된 것으로 양 국장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 문제를 비롯하여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장급 협의는 지난달 외교부 조직개편으로 대일본 업무가 동북아시아국에서 아태국으로 옮겨가면서 김 국장이 새롭게 부임한 이후 처음 열렸다.
한·일 간 여러 어려운 문제가 많지만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양 국장이 뜻을 모았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다.
일본 지지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에 청구권 협정상의 중재위 설치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 측은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은 앞서 지난달 20일 한·일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중재위 개최를 요구했다. 한·일 청구권협정 3조2항은 ‘외교상 경로’로 해결할 수 없는 분쟁 사안에 대해서는 제3국 위원을 포함, 총 3인의 중재위를 구성해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어 한쪽이 응하지 않으면 중재위는 구성되지 않는다.
한국이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는 경우 일본 정부는 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국장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수입 수산물 검사 강화 조치가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위장된 차별조치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