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IZ 무단진입’ 뜸해진 中…한·중 군사교류 순풍?

입력 2019-06-05 15:33 수정 2019-06-05 16:07
지난달 29일 중국 군용기 이동 경로 <자료: 일본 통합막료감부>

중국 군용기의 정찰비행이 뜸해졌다.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해 동해까지 이동하던 비행이 102일간 실시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군 내부에선 한·중 군사교류에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어도 지역을 들락거리는 중국 군용기 움직임은 최근까지 끊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5일 “지난 2월 23일을 마지막으로 중국 군용기가 KADIZ 깊숙이 들어오는 비행패턴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군용기가 8차례 이런 비행패턴을 보인 점에 비춰 중국군의 정찰 또는 훈련비행 패턴이 변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군용기는 지난해 거의 매달 KADIZ를 헤집고 다녔다. 이어도 인근을 비롯해 비교적 단시간 KADIZ에 진입한 사례까지 포함할 경우 지난해 중국 군용기의 KADIZ 무단진입 횟수는 모두 140여 차례다.

방공식별구역은 주권이 인정되는 영공은 아니다.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각 국가가 임의적으로 설정한 구역이지만 이곳에 진입하기 전에 관할 당국에 통보하는 게 관례다. 중국은 그동안 진입 전 사전통보가 국제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월말 정례훈련마냥 KADIZ에 무단진입 해왔다.

우리 군 내부에서는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얼어붙었던 한·중 군사교류가 순풍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때 웨이펑허 장관은 방한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한·중 해·공군 간 직통전화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중국 군용기 움직임이 언제든 다시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세 전쟁,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우리 정부로선 현실적으로 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풀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 상황을 구실로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라는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중국 Y-8 정찰기 <자료: 일본 통합막료감부>

중국 군용기의 KADIZ 무단진입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Y-8 수송기를 전자 정찰기로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1대는 지난달 29일 이어도 서남쪽 방향에서 접근해 KADIZ에 무단진입했다. 이곳은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지역이다. 이 군용기는 지난해 빈번했던 강릉 앞바다까지 비행하는 패턴을 보이지는 않았으며,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

우리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는 당시 중국군 군용기 움직임을 식별한 직후 각각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켜 추적·감시 비행을 했다. 중국 군용기는 제주도 남측 지역을 지나 대마도 인근까지 비행한 뒤 진입 경로를 따라 되돌아갔다. 한·일 양국 군 대응을 떠보거나 이 지역 레이더, 통신 등 전자신호 정보를 수집하려는 비행으로 추정된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격인 일본 통합막료감부 발표로 이번 비행이 뒤늦게 확인됐다. 우리 군 관계자는 “동해까지 치고 올라오는 등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에만 비행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