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기관 보고서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볼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반면 관세를 피해 새 판로를 찾는 미국업체에 매력적인 시장이 될 기회도 생겼다고 봤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는 5일 이런 내용이 담긴 ‘무역전쟁, 미국 관세로부터 오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리스크와 기회’ 보고서를 펴냈다. ESCAP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던진 관세 폭탄에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한국이 전체 수출에서 미국 관세의 타격을 받을 물품의 비율이 1.2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일본(0.46%), 싱가포르(0.34%), 말레이시아(0.33%)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었다.
전자제품과 광학장비에 부과된 관세가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ESCAP는 “이 분야는 중국의 대미 수출에서 거의 40%를 차지한다”며 “한국, 일본, 아세안 국가들처럼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이들 제품이 중국과 깊이 얽힌 나라들이 미국의 대중 관세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수출 품목 가운데 19.5%가 중국 경기둔화에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대상국 중 몽골(58%), 호주(2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도 분석됐다.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수입업체, 생산업체는대체재를 찾게 마련이다. 한국은 미국 수입업체가 눈을 돌릴 무역 전환의 수혜국으로 분석됐다.
ESCAP가 자체 설정한 중간재 기회 지수에서 한국은 0.102를 기록해 일본(0.086), 태국(0.065)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최종재 기회 지수에서도 0.075로 일본(0.063), 인도네시아(0.059) 보다 높았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베트남이라고 CNBC방송이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를 인용해 전했다. 노무라는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중의 수입업자들이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 대체국에서 제품을 조달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서 베트남은 대체국의 역할을 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약 7.9%를 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베트남 경제는 한층 더 미국 의존적 성향을 띄게 됐다. 베트남은 올해 들어 미국 수출이 28% 증가했지만 대중 무역적자도 46% 늘었다고 베트남뉴스(VNS)가 전했다.
이런 반사이익에도 불구하고 노무라는 제3 국가가 무역전쟁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것이 무역전쟁의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했음. 노무라는 “무역전쟁에는 다른 많은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제3국에 미치는 전반적인 경제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