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생활 상습 체납자, 유치장 감치하고 출국 막고 운전면허도 정지한다

입력 2019-06-05 11:07 수정 2019-06-05 11:15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세금을 내지 않고도 호화생활을 누리는 악의적 체납자들을 제재하기 위해 전방위적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고액·상습 체납자는 법원 결정에 따라 최대 30일까지 유치장에 유치될 수 있고 해외 도피를 막기 위해 여권을 발급하지 않았어도 출국금지 대상자에 넣을 수 있도록 한다. 또 5000만원 이상 고액을 체납하고 재산을 은닉했다면 4촌 이내 인척까지 재산조회도 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체납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전면허도 정지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5일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응강화 방안은 지난해 11월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논의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탈세행위 근절’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산을 은닉하고도 복지혜택을 누리는 악의적 체납자를 향한 국민적 공분이 상당하다”며 “이번 대책발표와 함께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행정적 대응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자료 : 관계부처 합동>

주요 내용을 보면 체납자가 여권을 발급하지 않았더라도 출국금지를 가능하도록 한다. 그동안 여권이 미발급됐다면 정부는 출국금지를 할 수 없었다. 일부 체납자들은 이를 악용해 여권을 발급하고 출국금지가 되기 전 해외 도피를 시도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정당한 사유 없이 5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하고 재산해외도피 우려가 많은 체납자에 대해선 여권 미발급자라도 출국금지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출국 금지제도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법무부와 국세청간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산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감치 명령제도도 도입한다.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이유 없이 고액의 국세를 상습적으로 체납하는 경우 법원의 결정으로 최대 30일 이내에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감치 대상의 요건도 규정했다. 우선 국세를 3회 이상 체납하고 있고 체납발생일부터 각 1년이 지났으며 체납 국세의 합계가 1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또 국세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했거나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감치 필요성이 인정된 경우도 감치 대상이다.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민간에서 선출된 위원장과 내부위원 5명, 민간위원 5명 등 11명으로 회의를 구성해 출석 과반수로 의결해야 한다.

다만 체납자 신체의 자유가 제약되는 점 등을 감안해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동일한 체납사실로 재차 감치 금지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체납자 재산조회범위도 확대한다. 현재 금융실명법은 체납자 본인의 금융거래정보 조회만 허용했다. 체납자가 친인척 계좌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하면 추적조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정부는 금융실명법 개정을 통해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의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는 체납자의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금융조회를 허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체납자 수색과 고발, 수입품 검사도 강화한다. 국세청에서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악의적 체납자를 정교하게 추출하고 고가주택 거주자와 고급자동차 보유자 등 호화생활 혐의자는 중점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수색을 강화한다. 관세청은 관세 체납자와 명단이 공개된 국세 체납자에 대해 여행자 휴대품, 해외 직구 물품 등을 집중 검사한다. 또 체납자가 타인 명의로 수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타인 명의 수입 추적시스템’도 개발하기로 했다.

악의적 체납자에게 부당하게 부여하던 복지 혜택도 축소한다. 복지급여 수급의 적정성을 검증해 부정수급이 확인되면 환수하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벌칙을 적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행정안전부는 ‘정부포상 업무지침’을 개정해 체납 사실이 있어도 정부포상 후보자 추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방세 분야 제도도 개선한다. 자동차세를 악의적·상습적으로 10회 이상 체납했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자동차 운전면허 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 생계형 체납자의 경우엔 납세자 보호관이 참여하는 ‘지방세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