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지난 4일 경기 9회말이다.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29)이 마운드에 올랐다. 9회초 1득점하며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만큼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더구나 키움은 줄줄이 중심타선이 나오는 때였다.
키움 3번 타자 제리 샌즈(32)를 5구 승부 끝에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4번 타자 박병호(33)는 단 2구로 3루수 땅볼을 이끌어 냈다. 5번 타자 서건창(30)은 공 4개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11개의 공으로 1이닝을 마무리하며 세이브를 추가했다.
이처럼 하재훈의 기세가 무섭다. 하재훈은 이 경기까지 포함해 7경기 연속 세이브를 챙겼다. 모두 무실점이다.
더 의미 있는 기록은 연속 경기 무실점 행진이다. 하재훈은 지난 4월 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0.2이닝 3실점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곧바로 다음날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바로 이 경기부터 지난 4일 경기까지 25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잘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올 시즌 성적을 보면 30경기에 출전해 29이닝 동안 단 4실점했다. 실점한 경기는 단 2경기뿐이다. 4승 1패 14세이브 3홀드를 기록 중이다.
세이브 부문 4위다. 1위 키움 조상우(25)의 17개와는 3개 차이밖에 나지 않기에 충분히 세이브왕에도 도전할 수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하재훈은 29이닝 동안 홈런을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16개 안타 가운데 장타는 2루타 5개가 전부다. 피안타율도 0.160에 불과하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단 1.00이다. 다만 볼넷은 13개로 다소 많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재훈은 유턴파다. 2009년 계약금 10만 달러에 시카고 컵스와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넜다. 당시 포지션은 포수였다. 그리고 외야수로 전향하며 빅리그 진출을 꿈꿨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5년 시즌을 마친 뒤 일본 독립리그를 거쳤다.
그리고 SK는 올해 2차 드래프트 신인 지명에서 2라운드 16순위에 하재훈을 지명했다. 투수로서였다. 유턴파이기에 계약금도 없었고, 30살의 나이에 연봉은 최저인 270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KBO 신인이지만 신인이 아닌 신분으로 뛰는 첫해 하재훈은 이처럼 일을 내고 있다. 이 정도면 기존 마무리 투수 판도를 바꾸는 반란에 가깝다. 그러나 그 반란은 SK구단과 팬들을 즐겁게 하는 반란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