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이 구속됐다. 그러나 함께 구속심사를 받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안모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전 10시30분부터 이 부사장과 안 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다음날 오전 12시18분 이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만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이 부사장에 대해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피의자의 지위와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안 부사장에 대해서는 “범행에서의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역할, 관여 정도, 관련 증거가 수집이 된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달 30일 안 부사장과 이 부사장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서 검찰 수사 등에 대비해 증거인멸 방침을 정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실무직원들이 공용서버와 직원 노트북을 각기 공장 바닥과 자택에 은닉하고, 직원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JY' ‘합병’ ‘콜옵션’ ‘미전실’ ‘오로라’ 등 수사 단서가 될 만한 단어들이 포함된 문건을 조직적으로 삭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증거인멸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실무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친 검찰은 ‘윗선’으로 수사의 초점을 맞춰 이 부사장이 이 회의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증거인멸 과정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고 관여한 것으로 의심했다.
안 부사장은 삼성 측이 미국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한 이른바 ‘프로젝트 오로라’의 담당자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프로젝트는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어린이날 회의’의 또 다른 참석자인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와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에 대해서도 지난달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들 중 부사장 2명에게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