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에이스’ 이강인의 매서운 발끝, 클래스가 달랐다

입력 2019-06-05 03:57

에이스는 에이스였다. 한국 U-20(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의 이강인이 한 수 위의 실력을 맘껏 펼쳐 보였다.

이강인은 5일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2019 U-20 월드컵 16강 일본과의 경기에서 최전방에 배치돼 한국의 8강행이 기여했다. 이날 결승골은 오세훈이 후반 39분 넣었다. 하지만 이강인의 활약도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 이강인은 공격포인트가 없었으나 한국의 공격을 전방위로 이끌며 일본 수비진을 괴롭혔다. 또 오세훈이 선제골을 넣자 팀 승리를 위해 수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강인은 개인기와 침착함을 앞세워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중원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는가 하면 전방에서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주도, 왕성한 활동량을 뽐냈다.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한국의 공격이 눈에 띄게 많았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고급 기술로 치부되는 ‘마르세유 턴’으로 상대 압박을 쉽게 벗겨내는 모습도 돋보였다.

전반전 일본이 높은 볼 점유율을 가져간 가운데 한국은 수비에 집중하면서 역습을 시도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강인의 패스 센스와 킥 능력이 틈틈이 뽐냈다. 이강인은 전반 22분 자신이 시도한 크로스를 통해 일본의 핸드볼 반칙을 이끌어냈다. 이 프리킥을 왼발로 찼는데 간발의 차로 오른쪽 골포스트를 벗어났다. 공을 잡은 뒤 좌우로 공간을 벌려주거나 찔러주는 패스도 일품이었다.

자연스레 이강인은 일본 수비진의 경계대상 1호였다. 일본 수비수들은 이강인이 공을 잡을 때마다 강도 높은 몸싸움과 태클로 견제를 가했다. 이강인은 일본의 반칙에 안면을 강타 당하는 등 전반에만 두 차례 쓰러지며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이강인은 후반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창의적인 패스를 앞세워 공격을 전개했고, 일본의 수비는 탁월한 볼 터치 능력으로 무력화했다. 다소 떨어지는 호흡이 아쉽긴 했지만 결승골을 넣은 오세훈과 여러 차례 슈팅을 위한 과정을 만드는 장면을 보여줬다. 일본 수비가 이강인에게 쏠린 덕분에 한국의 나머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공격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한국은 오는 9일 8강에서 세네갈과 맞붙는다. 날카로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강인의 발끝을 계속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