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오전 9시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20대 남성 A씨는 서울 여의도공원을 통과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마침 출근하던 20대 사회복무요원 배병윤(24)씨는 쓰러진 남성에게 달려갔다. 119대응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뒤 자신이 근무하는 여의도공원 관리사무소로 달려갔다. 그곳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져온 그는 쓰러진 남성의 심장 쪽에 한 차례 충격을 가했다. 배씨의 신속한 대처로 쓰러진 남성은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 이번 일로 배씨는 지난달 24일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모범 사회복무요원 표창을 받았다.
국민일보는 지난 3일 소집해제를 한 달여 앞둔 배씨와 인터뷰했다. 배씨는 “그때는 책임감인지,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지 쓰러진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사실 제가 큰일을 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며 “예전에 길에 쓰러진 나를 누군가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다. 그 뒤로 나도 언젠가 꼭 나를 도와준 사람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응급구조사를 포함해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함께 했던 이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가 도움을 주게 됐나요
“군대에서 저혈압이 심해 여러 번 쓰러졌어요. 그래서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근데 제가 현역 복무 중 다쳐서 전역을 했거든요. 전역하고 두 달 뒤에도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하필 유리 모아놓은 곳에 넘어져 팔이 찢어졌어요. 저혈압이어서 상처가 조금 나도 출혈이 심한데 피를 흘려도 아무도 안 도와주더라고요. 서러웠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길바닥에 쓰러졌는데 눈뜨니까 병원에 누워있었습니다. 누군가 저를 도와준 거잖아요. 이후로 나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있으면 꼭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 기회가 왔던 거죠.”
-당시 남성이 어떻게 쓰러져 있었나요
“처음부터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 당시 옆에서 출근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라톤)라인 구분을 위해 흰색 펜스가 처져 있었는데 그분이 펜스를 넘어뜨리면서 스르륵 쓰러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나 싶었는데 쓰러져서 안 일어났어요.”
-사고 당시 마라톤 대회 중이었는데 쓰러진 남성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나요
“당시 사람이 엄청 많았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의견이 갈렸습니다. 몸에 손을 대지 말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위급한 거 같아서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심폐소생술을)해도 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안 도와줬습니다. (남성이) 트랙 하나, 반 정도를 다 차지하고 쓰러져있어서 멈출 법도 한데 그냥 뛰어가서 신기했습니다.”
-현장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어요. 근데 이분들은 사람이 쓰러졌는데 그냥 눕혀놓고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되게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어떻게 응급조치를 했나요
“그 사람이 쓰러지고도 침이 계속 끓더라고요. 침으로 기도가 막혀서 숨을 못 쉬지 않느냐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했는데 못 만지게 하니까 (못 만지게 하는 사람을) 밀고 (쓰러진 남성) 몸을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몸이 일직선이 되면서 침이 ‘퍽’ 하고 튀는 거예요. 의식도 없는 상태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내가 말했어요. 다른 사람 말을 듣고 내버려 뒀으면 안 됐을 것 같아요.”
-구조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제세동기가 구비되지 않아서 만약에 여의도공원 관리사무소 옆에 쓰러진 게 아니라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진행할 때 당황스럽진 않았는지
“처음에는 되게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TV에서 봤던 거든 교육받은 거든 생각나는 대로 진행을 하다 보니까 잘 된 것 같습니다.”
김다영 인턴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yulli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