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Jay)는 나보다 훨씬 큰 세상을 누비고 있다. 이 젊은이에게 배워야 할 점이 많다”
9년 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88)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한 레스토랑에서 유명 힙합 뮤지션 제이지(Jay-Z·49)와 점심식사를 마친 후 이렇게 말했다. 당시 버핏 회장은 자신보다 40살 가까이 어린 제이지가 하는 말에 큰 감명을 받았으며, 향후 그가 세계적인 부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버핏 회장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제이지는 힙합 가수 중에서 최초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고 3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보도했다. 팝스타 비욘세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제이지는 최소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이지의 수입은 본업인 가수 활동과 주류 사업,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서 나왔다. 그가 소유한 고급 주류업체 아르망드브리냑의 기업 가치는 3억1000만 달러(약 3600억원), 공동 투자한 뒤세코냑의 경우 1억 달러(약 1100억원)에 달한다. 아르망드브리냑의 샴페인은 제이지의 뮤직비디오에 자주 등장하기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이지가 4년 전 인수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도 1억 달러로 평가됐다. 게다가 제이지는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에도 7000만 달러(약 820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갖고 있다. 그가 소유한 뉴욕,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리스 등지의 부동산 가격은 5000만 달러(약 590억원)에 달한다.
제이지는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뮤지션이다. 뉴욕 브루클린 소재 고교를 중퇴한 그는 한때 마약을 팔며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1996년 힙합레이블 ‘로커펠라 레코드’에서 데뷔 앨범을 발매한 뒤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칸예 웨스트와 공동작업한 노래 ‘다이아몬즈 프롬 시에라리온’에서 제이지는 “코카인을 팔아보니 CD 파는 법도 알게 됐다”며 “나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비즈니스 그 자체”라는 가사를 쓰기도 했다.
이후 제이지는 ‘하트브레이커’ ‘크레이지인러브’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고 그래미상을 22번이나 받았다. 그는 10년 만에 5억 달러(약 5900억)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앞서 또 다른 유명 래퍼 닥터 드레도 1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포브스 집계 결과 닥터 드레의 자산은 7억7000만 달러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