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참사 부다페스트서 ‘난파선 파티’ 논란… 비판 일자 홍보물 철거

입력 2019-06-04 15:49 수정 2019-06-04 17:11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현지에서 깊어지면서 5년째 이어오던 다뉴브강 크루즈선 파티가 위기를 맞았다. 파티 이름이 ‘난파선 파티(Shipwrecked Boat Party)’인 탓에 유람선 침몰 사고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헝가리 언론에 따르면 탐사보도 매체 ‘디렉트36’의 사볼츠 파니 기자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부다페스트 국제공항에 설치된 디지털 광고판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9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해당 광고판은 ‘난파선 파티’의 홍보 영상을 노출했다. 파티에 온 젊은이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모습과 함께 “2시간 동안 음료를 무제한 제공한다”는 문구가 나왔다.

헝가리 언론들이 이 동영상을 인용 보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부다페스트 공항은 대응에 나섰다. 첫 언론 보도가 나온 지 2시간 만에 파티 홍보 영상을 중단토록 조치한 것이다.

공항 관계자는 “해당 영상은 3주 전부터 노출돼 왔다”면서 “하지만 비극적인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영상의 함의가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광고 대행사와 접촉해 영상 노출을 완전히 중단토록 했다”며 “공항은 한국과 헝가리 구조대의 작업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에 따르면 ‘난파선 파티’는 5년 전부터 이어져오던 행사다. 오후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크루즈선 위에서 DJ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즐기는 식이다. 크루즈선은 통상 여름에 시작해 겨울까지 매주 1~2회 가량 출항한다. 올해 파티는 오는 6일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행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주최 측은 ‘난파선 파티’를 유럽연합(EU)에 상표 등록도 신청해둔 상태였다.

주최 측은 ‘난파’를 뜻하는 영어 단어 ‘shipwreck’가 ‘만취’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파티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허블레아니 침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최 측으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주최 측은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이뤄지던 행사 홍보를 중단하기로 했다. ‘난파선 파티’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