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 걱정없다”는 홍준표에 “경제는 정치 아니다”는 유시민

입력 2019-06-04 15:41 수정 2019-06-04 16:03
유시민의 알릴레오 화면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설전이 3일 유튜브에서 ‘홍카레오’라는 타이틀을 달고 공개됐다.
두 사람은 정치나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팽팽히 맞섰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전혀 달랐다. 홍 전 대표가 ‘경제 망했다’는 시장 상인들의 얘기를 앞세워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을 지적하면 유 이사장은 ‘경제는 정치가 아니다’라며 통계로 맞섰다.

이날 경제 얘기는 방송 후반전 홍 전 대표가 제시한 ‘민생경제’라는 키워드에서 나왔다.
홍 전 대표는 “걱정스러운 게 IMF 이후 서민경제, 대한민국 경제 최악”이라며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최악인데 이걸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정권이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 서민들 살게는 해줘야겠는데 지금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며 유 이사장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빨리 성과를 보려면 힘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사회자가 ‘힘 있게’의 의미를 묻자 “민간가계 가처분 소득을 높여주기 위한 각종 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6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이 너무 적다는 의견도 내놨다.
유 이사장은 “엇박자가 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해서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소비 여력을 키워야 하는데 다른 한편에서 세금을 20조원 넘게 거둬 시중에 돈이 말랐다”면서 “이건 거시와 미시 정책의 엇박자”라고 강조했다.
야당과 보수 언론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이 위축된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유 이사장이 데이터와 통계를 근거로 경제를 이야기했다면 홍 전 대표는 시장 여론을 앞세웠다.
홍 전 대표는 “시장에 가 보라”며 “구로동 막노동 새벽시장이며 시장통 경기가 꽝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들은 거의 80% 이상 폭망했다”며 “홍대 앞의 경우 권리금 붙던 가게인데 지금은 텅텅 비었고 강남 세무서 가 봐라.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정치인 수사법”이라며 “경제 얘기할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홍 전 대표는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어선 계층이 하위 20%에 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전 소득이 뭐냐. 국가에서 지원하는 현금복지”라며 “그런데 이전 소득이 근로소득 넘어선 건 2003년 통계청 생긴 이래 처음이라고 하는데 이게 일해서 버는 돈보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돈이 더 많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에 돈만 쏟아붓는다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처럼 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도 더했다.
홍 전 대표는 “(마두로는)휘발유 공짜, 식품 공짜였다”면서 “최소한 먹고 살게 해 주는 게 일상화되니 일을 안 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의 지적에 유 이사장은 “하위 20% 소득계층의 연령별 구성을 확인해 봤냐”고 반문하며 데이터로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경제 현상은 뭉뚱그려서 말하면 사안에 접근할 수 없고 미세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 1분위 60% 이상이 고령이다. 그들이 이전소득도 없다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고 물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화면 캡처

유 이사장은 또 역대 정부 경제성장률과도 비교했다.
그는 “경제는 1년, 2년 만에 급격히 나빠질 수 없다”면서 “우리 경제가 최악이란 말 안 들은 건 흥청망청일 때인 95년 무렵뿐”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인 알릴레오에선 역대 정부의 경제성장률을 그래픽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때 4.5%였던 경제성장률은 MB정부 때 3.2%였고 박근혜정부에선 2.9%였다.

유 이사장은 “우리가 지금 어느 정부 때 경제는 옳고 어느 정부 때 경제는 틀렸다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책 실패 때문인지 인구나 기술 변화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데 ‘경제를 다 망쳤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사안을 있는 그대로 안 본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의 주장에 홍 전 대표는 “유 장관이나 문재인 대통령 인식이 그렇다면 내년 선거는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면서 “그러나 나라는 참으로 불행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를 강조하려는 듯 똑같은 말을 한 번 더 되뇌었다.

둘은 국가채무 비율을 두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홍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야당 때는 국가채무비율이 40%에 도달한다고 박근혜정부를 그렇게 야단쳤는데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한테는 60%까지 확대하라고 지시를 했다”며 “국가채무를 늘려 퍼주기 복지에 사용하다가 다음 후임자가 들어와서 파탄 지경에 이른 국가재정을 안고 어떻게 나라를 운영하라는 거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지난해 재정수지가 흑자가 나지 않았나. 세수잉여금 24조원이 남았다”며 “문재인정부 들어와서 적자가 늘어난 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때 1년 평균 20조원의 채무성 적자가 났고 연평균 20조원씩 쌓여서 100조원으로 늘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연간 25조원씩 났다”고 반박했다.

그는 “채무가 있으면 자산도 있다”며 “항상 양쪽이 있는데 채무액만 부풀려서 무슨 큰일이 날 것처럼 말한다. (채무) 증가속도가 빠르던 보수 정부 시절에는 그 얘기를 안 했는데 왜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하나”라고 반문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