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안 좋았다” 조재범 아청법 ‘결정타’ 심석희 메모 보니

입력 2019-06-04 11:26 수정 2019-06-04 12:55
조재범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 뉴시스

조재범(38)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가 심석희(22)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심석희의 메모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석희는 올해 2월 수시로 작성한 100쪽 이상의 자필 메모를 경찰에 제출했다. 심석희는 메모에 성폭행을 당한 장소와 일시, 당시의 심경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며 성폭력 후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메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심석희 메모에 적힌 성폭행 장소와 일시가 당시 빙상연맹 경기 일정표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심석희가 조 전 코치의 호출로 불려갔다는 참고인들의 증언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 메모와 복구된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종합해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등 7곳에서 조 전 코치가 심석희를 성폭행하거나 추행했다고 판단했다. 조 전 코치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 뉴시스


검찰도 심석희 메모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박현주 부장검사)는 3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이하 아청법) 등의 혐의로 조 전 코치를 기소했다.

검찰은 심석희의 일관된 진술, 두 사람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심석희가 훈련 당시 작성한 메모 등을 토대로 고소장에 적시된 30차례의 범행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조 전 코치는 4년 동안 심석희 선수를 30차례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코치에게 이른바 ‘아청법’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1997년생인 심 선수의 나이를 고려할 때 2016년 이전에 일어난 조 전 코치의 범죄 혐의가 아청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청법은 강간 등 치상 혐의 범죄자를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조 전 코치는 검찰 조사에서도 “성폭행은 사실무근”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