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국회부의장이 3일 바른미래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지 한 달여 만에 사임 의사를 드러내면서 ‘최고위원 돌려막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1일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들의 사퇴 압박에 맞서 당권파 진영 아군 확보차원에서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에 주 부의장과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을 임명했다. 당시 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퇴진파의 공세를 받는 상황에서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무리해서 주 부의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 부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솔직하게 말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최고위원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손 대표가 당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셔서 당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수락했다”며 “당시에도 이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은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안정화되고 적절한 후임자만 있다면 저는 언제든지 직위에서 풀어달라고 (손 대표 측에) 요청했다”며 “당이 안정화될 듯 말 듯 자꾸 미끄러지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퇴진파 사이 극심한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손 대표로서는 주 부의장이 사임해도 새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수 있는 원내 인재풀 자체가 협소한 상황이다.
당 지도부에서는 지난달 8일 원내대표를 중도사퇴한 뒤 한·러의회외교포럼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관영 전 원내대표가 입국하는 시점에 맞춰 지명직 최고위원을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중도 낙마했던 김 전 원내대표를 다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주 부의장이 격에 맞지 않은 당직을 흔쾌히 맡아주신 점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당이 안정화되면 언제든지 풀어드려야 한다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 안정화 시점으로는 혁신위원장 인선 완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