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3일 “저는 어려운 길로 가겠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다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유한국당행이나, 서울 출마설 등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권 관측을 일축한 셈이다.
유 의원은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개혁과 정치’ 특별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를 4번이나 뽑아준 대구 시민께 정당이든 지역구든 쉽고 편한 곳을 찾아가는 그런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2004년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이듬해 10·26 재보궐선거 때 대구 동구을에서 당선된 이후 20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했다. 다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주장하며 옛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이력 때문에 동구을 지역 민심은 유 의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경북(TK)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배신자’란 비판까지 공공연히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내년 총선 때 서울로 지역구를 옮겨야 승산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유 의원은 “저는 동구을을 떠나본 적이 없다”며 “저는 어려운 길로 간다. 절대 손쉬운 길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게는 동구을이 제일 어려운 지역이다. 어려운 길로 꿋꿋하게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의 이른바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지금 한국당의 모습은 우리 보수정치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개인적으로 국회의원 한두 번 더하겠다고 정당을 함부로 옮길 수는 없다”며 “한국당이 개혁보수의 길로 나올 가능성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바른미래당 상황에 대한 불만과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할 때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창당정신에 못 박았다”며 “그런데 지금 손 대표 체제에서 당 정체성이 잘못 가고 있고, 손 대표가 그런 식으로 당을 운영하시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당 윤리위원회라는 곳이 정당의 권력과 독립적·중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안 지켜지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당 윤리위가 손 대표를 향해 ‘정신 퇴락’ 발언을 한 하태경 최고위원을 콕 집어 징계 절차에 회부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손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이 포진한 윤리위를 무기로 반대파를 제압하려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유 의원은 “정당 민주주의로 돌아가는 결정을 당 지도부가 윤리위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저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라며 “무슨 당권을 잡겠다는 욕심은 전혀 없다. 이 당의 성공을 위해 백의종군하지만, 당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