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윤리위원장은 孫의 남자” 불신임 천명…수(數)대결 속사정

입력 2019-06-03 17:34 수정 2019-06-03 17:50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가 상정된 무더기 징계요청안 중 하태경 최고위원건만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유승민·안철수계 연합군은 윤리위원장 불신임 카드를 내며 정면 반발했다. 이들은 송태호 윤리위원장이 손학규 대표와 가까운 사이란 점을 들어 윤리위가 ‘대표 편들기’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재적 과반수인 5인(오신환·하태경·권은희·이준석·김수민)의 찬성으로 윤리위원장 불신임을 당대표께 요구한다”며 옆자리의 손 대표에게 직접 건의서를 전달했다.

윤리위는 앞서 손 대표를 향해 ‘정신 퇴락’ 발언을 한 하 최고위원만 징계 절차에 회부했다. 함께 상정된 유승민 전 대표와 이준석 최고위원, 이찬열 의원은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바른정당계 등은 손 대표 측근인 이 의원을 징계 논의에서 제외한 것은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 전 대표를 향해 “꼭두각시들을 데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라”고 발언해 윤리위에 회부된 이 의원 건이나 하 최고위원 건이나 대표를 겨냥한 막말인 것은 매한가지라는 입장이다.

오 원내대표는 “하 최고위원은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했지만, 이 의원은 지금까지 일언반구 해명도 없다”며 “공정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편파적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송 위원장은 이언주 의원에 대한 중징계에 이어 이번 결정까지 손 대표 관련 사안마다 편파적인 결정을 내려 윤리위를 정치보복과 반대파 제거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며 “윤리위의 권위가 실추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손 대표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로 등재돼 있고, 송 위원장은 같은 재단에서 이사장을 맡고 있다”며 윤리위의 독립성에 의문을 표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포용력은 기대하지 않지만 바른미래당은 대표의 사당이 아니다. 공정한 윤리위 운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 최고위원도 “손 대표 집에 직접 찾아가는 등 4번이나 사과했다”며 “그 후에도 손 대표 측은 저를 매도하며 무리하게 정치적 징계를 하려 한다”고 토로했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 상 최고위원 9명 중 절반 이상이 위원장 불신임을 요구하면 당대표는 이를 수용해야만 한다. 오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원장 불신임은 강행규정으로 명시돼 있다. 회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안 연합군이 윤리위 징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양 진영의 최고위 참석자 수가 4:5로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 한 사람이라도 이탈하게 되면 세력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당권파 4명(손학규·문병호·주승용·채이배), 비(非)당권파 5명(오신환·하태경·권은희·이준석·김수민)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하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 등 징계를 받아 최고위 구성이 4:4 동수가 될 경우 최종결정권은 손 대표에게 돌아간다.

유·안 연합군 측은 윤리위가 하 최고위원만 콕 집어 징계한 배경에 당권파가 수(數)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뒤 손 대표 의중대로 혁신위원장 인선을 밀어붙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손 대표는 “윤리위는 독립 기구로서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송 위원장 불신임 문제는 위원장 임명 때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