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베의 정상회담 제안에 “낯짝 두껍다”며 단칼 거절

입력 2019-06-03 16:56

북한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제안’을 “낯짝이 두껍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대변인은 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천하의 못된 짓은 다하면서 천연스럽게 ‘전제조건 없는 수뇌회담(정상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발바닥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가 일본 정부의 북한 협상이 변경된 것처럼 광고하며 집요하게 평양 문을 두드리지만 상전의 손발이 되어 제재강화를 외치는 고노의 망발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달라진 것이 꼬물만큼도 없다”고 했다.

이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25일 한 강연에서 “북한이 올바른 판단을 하면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주제넘게 설쳐대며 마치 우리의 생사여탈권이라도 쥐고 있는 것처럼 요망을 떤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북·일 정상회담 제안 거절은 북·미 간 교착국면에서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북·미 협상이 정체된 상태에서 일본이 미국의 동의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일 “북·미가 타결을 이뤄내고 전체적으로 프로세스가 진행될 때 북·일 정상회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프리미엄이 더 붙은 상태에서 일본과 대화를 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 일본이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북·일 정상회담을 국내 정치용으로 쓸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꺼내 들 것에 대한 부담도 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결국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부각하지 않을까 하는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