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학대 신고도 했는데… 끝내 숨진 한살배기

입력 2019-06-03 16:13
게티이미지뱅크

생후 7개월 된 여자아이의 시신이 인천 한 아파트에서 방치된 채 발견됐다. 지난달 경찰은 이웃의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이 가정에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없이 원가정으로 돌려보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영아의 아빠 A씨(21)와 엄마 B양(18)이 3일 오전 1시쯤 자진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30일 딸을 재우고 마트에 다녀와 보니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는데 다음날 오전 11시쯤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며 “사망한 딸을 보고 무섭고 돈도 없어서 그대로 놔둔 채 각자 친구 집에서 보냈다”고 말했다.

아이는 2일 오후 7시45분경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상태로 할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할아버지는 “딸 부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더니 손녀 혼자 있었고 숨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아이의 시신은 라면 박스에 담겨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아이는 지난달 17일에도 학대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아파트 주민은 경찰에 “문 앞 유모차에 아이가 혼자 울고 있다”며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했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유모차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B양은 딸을 방치한 채 혼자 외출했다. 이후 경찰은 아버지 A씨를 불러 계도 조치한 뒤 아이를 인계했다.

경찰 측은 “당시 상황만으로는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려웠다”며 “아버지에게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경고하고 인계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학대아동 대부분은 원가정보호 조치된다. 가족 보존을 우선으로 두기 때문이다. 기관은 아동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면 지속적으로 관찰할 것을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이의 시신은 사망 후 이틀간 라면박스에 홀로 방치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