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막말 논란이 돌림 노래처럼 이어지고 있다. 언행 주의를 당부한 황교안 당 대표에 항명이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막말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나경원 원내대표, 한선교 사무총장, 정용기 정책위의장, 민경욱 당 대변인 등 지도부에서 잇따른 설화가 빚어진 상황이라 말조심을 강조한 황 대표도 머쓱하게 됐다.
한 사무총장은 3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일부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고 있구만”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위해 맨바닥에 앉아 대기 중인 기자들이 앉은 채로 이동하는 모습을 ‘걸레질’에 빗댄 것이다. 한 사무총장은 “기자들이 열악한 취재환경에 고생한다는 생각에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사무총장의 막말 논란은 황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말조심을 당부한 지 사흘 만에 벌어졌다. 황 대표는 지난달 31일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비공개 특강에서 “말과 언행에 관해 당부드렸으면 한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것으로 우리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을 우리가 많이 경험하지 않았느냐”면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상황 속에서 언행을 특별히 주의해 달라는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폄훼 발언’, ‘세월호 희생자 비하 발언’, ‘달창 발언’ 논란 등 당이 막말 프레임에 갇힌 모양새가 되면서 황 대표 본인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황 대표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의원들의 막말 논란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정 정책위의장은 황 대표가 “언행을 조심해야한다”고 언급한 당일, “관계자 숙청을 단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상필벌이 확실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뛰어난 면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여야 4당으로부터 맹공을 당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민 대변인이 헝가리 유람선 참사와 관련해 “안타깝다. 일반인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다”라는 글을 올려 구조 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 대표가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는데도 당사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황 대표는 정 의장의 발언이 나온 지 세 시간 만에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사과했지만, 정 의장은 이날 “발언을 왜곡하려는 세력에게 빌미를 줘 유감이다”며 발언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