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결승전 관중난입… 대책과 처벌 규정은?

입력 2019-06-03 11:19
2일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한 여성이 운동장에 뛰어 들어 보안요원들이 여성을 끌고 나가고 있다. 뉴시스

결승전은 토너먼트의 클라이맥스다. 선수의 집중력과 관중의 몰입감이 가장 높아지는 경기다. 그야말로 축제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경기인 만큼, 이 축제를 망치려는 사람은 언제나 있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피치로 들어오는 ‘난입 관객’이 바로 그들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지난 2일 열린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와 리버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관중 난입 사태가 발생했다. 전반 18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 여성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이 여성은 수영복만 입고 빠른 속도로 달려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보안요원에게 붙잡혔다.

옷을 벗으려는 액션까지 취했던 이 관중의 이름은 킨제이 볼란스키. 러시아 출신 수영복 모델이자 성인영상(AV) 배우로 확인됐다. 남자친구가 운영하는 성인 웹사이트를 알리기 위해 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입은 수영복에 동영상 사이트 이름을 영문으로 새겼다.

결승전의 관중 난입한 사건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 결승전 때도 관중 난입 사건이 있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 때 레디컬 페미니즘 밴드로 알려진 ‘푸시 라이엇’ 소속 구성원 4명이 그라운드에 뛰어들었다. 경찰 제복을 입고 변장해 보안 요원들의 눈을 속였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난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의 난입으로 경기가 중단돼 프랑스에 한 점 차로 지고 있던 크로아티아의 역습 기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킬리안 음바페가 지난해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난입한 관중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14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상의를 들어 올린 한 남성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했다. 이 관중은 ‘타고난 장난꾸러기’라는 글씨를 직접 몸에 새긴 채 경기장을 달렸다. 공교롭게도 이때 난입한 관중은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뛰어든 볼란스키와 연인관계로 알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안팎에서 난입 관중에 대한 엄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결승전만이라도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의견도 있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경기장에 난입한 관중의 모습을 카메라가 잡지 않는 등 나름의 조처를 하고 있음에도 같은 사례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대부분 경기장 출입 금지나 벌금 등 가벼운 징계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난입한 볼란스키는 중계 카메라가 클로즈업하지 않았음에도 자극적인 의상을 입어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고스란히 포착됐다. 약 35만 명에 그쳤던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하루 만에 260만 명까지 늘어났다.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유수의 매체에 소개까지 됐으니 그라운드에 뛰어든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한 셈이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해킹으로 인해 삭제됐다.

그는 3일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인스타그램 계정의 해킹 소식을 알리며 “내 인생에서 가장 미쳤던 24시간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250만 팔로워를 지니게 됐다”고 감격을 드러냈다. “영원히 기억될 미친 짓을 해보자”라며 관중 난입을 독려하기도 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