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30대 여성이 범행을 시인했다. 그러나 시신 유기 장소나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2년 전 재혼한 이 여성의 집에서 석 달 전 의붓아들이 질식사한 사실을 확인하고 범죄 연관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유가족들은 2년 만에 아들을 보러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혐의로 고모(36)씨를 거주지인 충북 청주에서 1일 긴급체포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혼자 강씨를 죽이고 펜션을 빠져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확한 시신 유기 장소와 범행 동기, 방법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 유기 장소가 제주가 아닌 제3의 지역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펜션 CCTV에는 지난달 25일 오후 4시20분쯤 고씨와 강씨가 함께 펜션에 들어갔고 이틀 뒤 고씨 혼자 펜션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고씨는 가방 2개를 들고 있었다. 긴급체포 당시 고씨의 집 휴지통엔 흉기가 발견됐다. 흉기에서 강씨의 혈흔과 뼛가루 등이 검출됐다.
강씨의 가족들은 “강씨가 이혼 후 아들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보여주지 않아 면접교섭 재판을 통해 2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를 만나게 된 자리였다”며 “아버지 역할을 하고자 자식 얼굴 한번 보러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강씨의 동생은 블랙박스에 찍힌 형의 마지막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동생은 “(펜션으로 가는 길에) 블랙박스를 봤다. 우리 형이 운전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더라”며 “계속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면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씨는 2017년 강씨와 이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 둔 아들의 양육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고씨의 친정집이 있는 제주에서 키웠다. 고씨는 재혼한 뒤 청주에서 남편과 4세 의붓아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그러나 의붓아들이 지난 3월 숨졌다.
고씨와 재혼한 남편은 당시 “자고 일어나 보니 아이가 죽어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숨진 아이의 사인이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국과수 부검 결과에 따라 부부의 행적을 추적했지만 뚜렷한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