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대신 현송월이 김정은 위원장 공개행보에 동행한 의미

입력 2019-06-03 06:02 수정 2019-06-03 06:4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참관 후 23일 만에 공개행보를 재개했다. 이번 일정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 대신 현송월 노동당 선전선동부부장이 수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일과 2일, 자강도와 평안남도의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먼저 강계뜨락또르(트랙터) 종합공장을 찾아 “인민경제와 국방력 강화에 절실히 이바지하는 기계 설비를 마음먹은 대로 생산하고 있다”며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공장은 비행기와 자동차 엔진 등 동력장치와 미사일 부품을 만드는 무기 생산공장이다.

이후 교육시설에 방문한 김 위원장은 “일본새(일하는 자세)가 틀려먹었다”며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궁전 일군(일꾼, 간부)들이 일을 바로 하지 못하고 있어 청년동맹과 중앙청년동맹 아래 청소년 과외 교양 지도국이 말 공부만 하면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김 위원장은 “더더욱 틀려먹은 것은 당 중앙위원회 근로단체부가 과외 교육 교양 부분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9일 미사일 발사 참관 후 23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면서 후학 양성기관에서 강한 질타를 한 건 체제 단속과 기강 잡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틀 사이에 강계트럭터 공장 등 7곳을 찾는 ‘강행군’을 했다는 점에서 기강 잡기용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위원장이 찾은 공장 대부분은 북한의 대표적인 군수공장이다.

이번 시찰에 김 위원장과 동행한 수행단이 차관급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자강도 군수공장 시찰엔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유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용수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등이 동행했다. 2일 평남종합기계공장 시찰엔 홍영칠 당 군수공업부부장이 추가됐다.

김 위원장의 수행에 차관급이 포함된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장관급인 당 부위원장 이상이 담당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찰에 동행한 인사는 이례적이다. 더욱이 현 부부장이 국내 현지지도에 동행한 사실을 북한 매체가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현 부부장은 지난 4월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승진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하노이 결렬’ 후 자취를 감춘 뒤여서 김 부부장 대신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김 부부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근신처분을 받았다는 추측도 나왔다. 김 위원장의 이번 경제 시찰에 현 부부장이 수행했다는 점에서 ‘세대교체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