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30대 여성이 시신 유기 장소와 범행 동기 등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4살 난 의붓아들도 석 달 전 질식사 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살인 및 유기 혐의로 체포된 고모(36·여)씨에 대해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이어 “피의자가 전 남편을 죽였다고 시인했다”면서도 “단독 범행을 주장하며 시신 유기 장소를 함구하는 등 구체적인 진술은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고씨의 4살배기 의붓아들이 지난 3월 2일 충북 청주 자택에서 사망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고씨와 재혼한 현재의 남편 A씨는 “자고 일어나 보니 아이가 죽어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고씨와 A씨는 2017년 재혼했다. 숨진 아들은 A씨가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A씨는 당시 아들과 같은 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내 다리가 아이 배 위에 올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질식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받았다. 이에 고씨 부부를 추적하며 조사해왔으나 아직 뚜렷한 타살 혐의점은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만나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7일 강씨 남동생에게서 ‘전 부인을 만나러 간 형이 연락 두절됐다’는 신고를 받고 사건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고씨가 홀로 가방 두 개를 들고 나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이어진 펜션 수색 도중 강씨의 혈흔이 욕실과 바닥, 거실, 부엌 등 실내 여러 곳에서 다량 발견됐다.
경찰은 31일 고씨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고씨가 버린 흉기에서 강씨의 혈흔과 뼛가루 등을 확인한 것을 바탕으로 살해 후 시신을 훼손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