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을 읽기 전 제목에 확 꽂혔어요. 현실에 전혀 없을 판타지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답답함을 유쾌하게 해소해 줄 수 있는 판타지라 끌렸습니다. 정의로운 모습, 다들 한번쯤 보고 싶으실 것 같았죠.”
배우 김동욱(36)의 예측은 정확했다. 지난 28일 종영한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MBC)은 한국 사회 속 산적한 노동문제에 날리는 통쾌한 발차기였다. ‘갑질’을 일삼는 악덕 기업주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주인공 조진갑(김동욱)은 매주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안방극장에 전했다.
꾸준히 오른 시청률이 공감을 보여준다. 4.3%(닐슨코리아)로 시작해 월화극 1위인 8.3%로 끝맺었다. 꼼꼼한 준비가 이런 호응의 밑바탕이 됐다. 최근 서울 강남구 키이스트 사옥에서 만난 김동욱은 “근로감독관분들의 실제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많이 참고했다”며 “생소한 직업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행동 특성이나 의상들을 연구하는 데 특히 힘을 쏟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진지함과 유쾌함을 능숙히 오간 그의 연기가 흥행의 끌차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은 진지한 시선으로 노동문제를 다루다가도 응징의 주먹을 날릴 땐 한없이 재기발랄했다.
“적절한 톤을 찾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최대한 진실하게 듣고 고민하는 진갑의 모습에서 출발했습니다. 진갑의 서사가 충분한 공감을 얻으면 이후의 코믹함이 더 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았어요. 많은 풍자가 담긴 만큼 사안을 정확히 알고, 신중하게 연기하려 노력했습니다.”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촬영 전 약 보름 만에 10㎏을 찌우기도 했다. 3~4시간마다 햄버거 등을 폭식하느라 건강에 조금 무리가 오기도 했었다고. 그는 “결과적으로 작품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첫 단독 주연작이었음에도 발군의 연기력이 빛났다. 최근 영화 ‘신과함께’와 드라마 ‘손 the guest’(OCN)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는 “머지않은 시간에 또 시청자분들을 만나 뵙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전성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웃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는데, 결국 제 그릇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이 계속 들어올 수 있도록 그릇을 점점 넓혀가야죠.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