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겠다”던 손흥민, 결국 눈가에 맺힌 눈물

입력 2019-06-02 15:25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잉글랜드 리버풀에 0대 2로 패배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AP뉴시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꿈의 무대’에서 울었다. “울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손흥민은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 대회 결승전은 세계 축구선수에게 꿈과 같은 경기다. 그래서 꿈의 무대로 불린다.

토트넘 선수단 중 어느 누구도 꿈의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1882년 창단하고 137년 만에 처음으로 이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패기가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손흥민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올 시즌 내내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토트넘을 이 대회 결승으로 견인한 것도 사실상 손흥민이었다. 하지만 이날만은 잠잠했다. 토트넘 공격수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 기록한 유효 슛 3개가 소득의 전부였다. 결승전 상대인 잉글랜드 리버풀에 0대 2로 패배했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호각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누웠다. 생애 처음으로 꿈의 무대를 밟은 감동, 선수 인생의 정점이 된 올 시즌을 끝낸 기쁨, 눈앞에 있던 우승컵을 놓친 아쉬움이 손흥민의 표정에 복잡하게 어려 있었다. 동료 수비수 벤 데이비스와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다가와 격려했지만, 손흥민은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손흥민은 대회를 끝낼 때마다 눈물을 쏟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모두 그랬다. 지금보다 다섯 살 어렸던 브라질에서는 조별리그 최종전을 끝내고 울상이 된 얼굴로 오열했다. 다소 성숙해진 지금, 꿈의 무대에서 오열하지 않았지만 북받친 감정을 완전히 억누를 수 없었다. 중계방송 화면에 잡힌 손흥민의 눈가는 눈물을 흘린 듯 젖어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1일 영국 대중지 더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눈물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울겠다는 것은 아니다. 눈물은 그냥 나온다”며 “이제 다시는 울지 않겠다. 이번에는 패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약속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손흥민은 은메달을 받기 위해 시상대에 오른 토트넘 선수단 중 대열의 가장 마지막에 섰다. 시상대에서 가장 늦게 내려온 선수도 손흥민이었다. 리버풀 관중석의 환호성으로 뒤덮인 이 경기장에서 조용하게 박수치는 토트넘 관중석으로 다가가 인사했다. 앞으로 다가온 아버지 손웅정씨와 포옹했다. 인사를 끝내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손흥민의 눈시울은 여전히 붉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