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루카스 모우라가 눈물을 쏟았다. 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펼쳐진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에 0대 2로 패하고 나서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얼굴을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중계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모우라의 눈물을 포착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다가가 축쳐진 그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모우라는 이날 백업 요원으로 벤치에서 대기했다. 주축 공격수인 해리 케인이 복귀하며 자연스레 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도 케인과 손흥민을 선발로 내세운 이상 모우라의 제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셋 모두를 스리톱으로 기용하게 되면 그만큼 중원에서의 2선 압박이 헐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전체에서 강도 높은 전방압박을 펼치는 리버풀을 상대로는 위험 부담이 크다.
모우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오기까지 그의 지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5골을 터뜨리며 챔피언스리그에서 케인과 공동으로 팀 내 최다득점자 자리에 올라있다. 특히 지난 9일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모우라는 경기가 끝난 후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는 것에 대한 감격을 드러낸 바 있다. 그랬던 모우라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모우라가 나서게 된 것은 후반 21분이 돼서였다.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답답한 공격이 계속되자 포체티노 감독의 승부수로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좀 더 아랫선으로 내려보내기 위한 판단이었다. 볼배급에 집중해야 할 에릭센 대신 중원의 흐름에 활기를 불어넣는 임무를 받았다. 모우라는 어느 정도 제 몫을 해냈다. 가벼운 움직임으로 특유의 역동적인 드리블을 선보이며 전진해나갔다. 30분가량 뛰며 두 차례의 슛을 시도했다. 후반 막판 손흥민의 중거리 슛을 상대 골키퍼가 쳐내자 재차 슛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공격 속에도 준결승 2차전과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리버풀의 단단한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고, 정규시간 종료 직전 쐐기골까지 얻어맞으며 0대 2로 패했다. 좌절한 모우라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패배의 아픔 이상의 눈물이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