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가 자랑하는 공격진이 모두 부진했다. 공격진의 침묵한 토트넘은 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펼쳐진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에 0대 2로 패했다. 아시아인 최초 득점이라는 손흥민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지난 시즌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던 경험 덕일까. 리버풀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서로 장난을 걸며 여유를 보였다. 토트넘 선수들은 달랐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선수단 모두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경력상 처음이다. 심호흡하며 킥오프 전 몸을 푸는 그들의 모습에서 잔뜩 긴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리버풀은 평소와 달리 점유율을 내준 채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양측 풀백으로 출전한 앤드류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는 과감한 오버래핑을 자제했다.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데 집중했다. 모하메드 살라가 경기 시작 2분 만에 행운의 페널티킥 득점은 그들을 더욱 수비적으로 변화시켰다.
토트넘의 답답한 공격이 이어졌다. 51일 만에 그라운드에 나서며 부상 복귀전을 치렀던 케인은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가 추가시간까지 97분가량 그라운드를 누비며 볼을 만졌던 적은 고작 26회가 전부다. 선발 출전한 22명의 선수 중 케인보다 적게 볼 터치를 한 이는 없었다. 공간을 제대로 찾아 들어가지 못했고 동료와의 연계도 좋지 않았다. 토트넘이 그에게 기대했던 것은 결정력 한방이었으나 슛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케인의 부진은 다른 2선 공격수들에게 가중돼 돌아왔다.
손흥민은 아놀드와 버질 반다이크에게 묶이며 어려운 전반전을 보냈다. 후반 들어 오른쪽 측면으로 위치를 변경한 이유도 흐름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이 판단은 어느 정도 통했다. 후반 중반이 넘어선 시점에서 손흥민의 분투가 시작됐다. 장기인 주력을 활용한 돌파를 하며 위협적인 중거리 슛도 날려 봤다. 그러나 반다이크와 알리송 베커가 지키는 리버풀의 최후방을 뚫어내지는 못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레 알리도 평소와 같은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수비상황에서 4-5-1 포메이션으로 전환해 단단히 내려앉은 리버풀 운영에 애를 먹었다. 에릭센은 공격이 풀리지 않자 좀 더 위치를 내려 중원 장악에 집중하기도 했다. 에릭센이 위치를 내려서자 주력이 빠른 사디오 마네와 모하메드 살라가 적극적으로 중원을 압박하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알리 역시 그간 보여줬던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케인도 케인이지만 2선 공격진들의 전방위적인 연계가 좋지 않다 보니 공격과정에서 세밀한 마무리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결국 토트넘은 공격과정에서 마무리 짓지 못하며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무득점으로 마치고 말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