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골든타임은 기껏 3분”이라며 문 대통령이 주문한 신속 대응을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민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강조한 속도전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순화해 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타깝습니다.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에 네티즌들이 “무슨 말이 하고 싶냐”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할 때 부적절하다” “너무 늦으면 구하러 가지 말라는 뜻이냐” “일반인들과 공인들의 골든타임은 다르냐”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논란이 일자 민 대변인은 해당 글에서 “안타깝습니다”라는 문장을 삭제한 뒤 “문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대를 지구 반 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는 글을 추가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헝가리 당국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지 상황이 나빠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용할 수 있는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헝가리 측과 협력하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도”라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청와대와 외교부는 헝가리 참사에 관한 대응 상황을 시시각각 전했다. 일각에선 세월호 참사 때처럼 ‘골든타임’을 놓쳐 희생자가 늘어나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를 의식한 듯한 민 대변인의 발언은 인터넷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많은 네티즌은 “타국에서 한국인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를 갖고 굳이 정쟁에 이용할 필요가 있냐” “골든타임을 놓치면 구조하지 말라는 말이냐” “한국 정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논란이 계속되자 민 대변인은 뉴시스를 통해 “7000㎞떨어진 곳에 가는데 속도전을 해야 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그것에 대한 많은 사람의 말을 순화시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반인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수영선수나 다이버들은 오랫동안 잠수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 물에 빠지면 저 같으면 3분이 버틸 수 있는 끝”이라고 덧붙였다. “공당의 대변인이 SNS에 다른 사람 올리듯 쓸 수 있겠냐”고 반문한 민 대변인은 “전술적 모호함으로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대변인의 해명에 네티즌들은 더욱 분노했다. 특히 현지에 세월호 구조대 급파한 것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공분을 샀다. 많은 네티즌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대변인 신분으로 기자들에게 긴급 브리핑한 장면을 떠올리며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비판할 자격이 없다”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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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변인은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긴급 브리핑을 준비하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보도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었다. 당시 민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오전 진도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라고 잘못 말한 뒤 “여객기란다…난리 났네”라며 좌측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논란이 일자 민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적극 해명했다. “브리핑을 하던 오전 10시 30분엔 세월호 사고에 관한 자세한 인명피해 규모와 제반 사항이 알려지기 전 이었다”며 “다만 사고가 생겼다는 1보가 전해진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웃음을 터뜨린 것에 대해서는 “같은 부분을 자꾸 틀려 혼자 말을 한 부분과 옆에서 웃는 기자분을 따라서 웃는 장면”이라고 한 민 대변인은 “부임 후 큰 사고를 맞닥뜨리다 보니 긴장이 돼 외우려했던 부분을 몇 번을 틀렸고 혼잣말로 자꾸 틀려서 난리 났다고 한 것”이라고 이라며 일종의 방송 사고로서의 전형적인 NG컷이라고 주장했었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9일 오후 9시쯤(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5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탑승한 허블레이아니호가 쿠르즈 ‘바이킹 시긴’호에 추돌당해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7명이 숨지고 21명이 실종됐다. 이중 선장과 승무원 2명은 현지인이다. 구조된 인원은 한국인 7명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31일 송순근 육군대령을 팀장으로 꾸린 신속대응팀 25명을 현장에 급파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