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 이럴거면 왜 선발로 나왔나

입력 2019-06-02 06:15 수정 2019-06-02 08:36
토트넘 공격수 해리 케인이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시상식에서 준우승 메달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해리 케인의 선발 기용은 실패로 돌아갔다. 케인이 풀타임 뛴 토트넘은 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펼쳐진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에 0대 2로 패했다. 케인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그라운드에서 빠져나왔다.

케인의 선발 여부는 결승을 앞두고 축구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었다. 지난 4월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치르던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한동안 전력에서 빠져있었다. 의료진은 3달 여간 뛰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으나 케인은 빠르게 회복했다.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출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동기부여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을 선발로 기용했다. 케인 대신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과의 준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루카스 모우라를 제외했다. 51일 만에 경기출전이었다. 손흥민과 함께 최전방 투톱 공격수로 리버풀의 골망을 조준했다.

케인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몸이 많이 무거운 모습이었다. 상대 수비 블록에 갇히며 고립되는 모습이 잦았다. 따라붙는 대인마크 수비를 견뎌내지 못하며 중원으로 볼을 받으러 내려오는 모습도 보였다. 종종 제공권 싸움에서 공중볼을 따내긴 했으나 그 이외의 활약은 없었다. 케인이 부진하며 토트넘 2선 공격진들의 연계 역시 틀어졌다. 최악의 전반전을 보냈다.

부진은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던 전반전보다 좀 더 위치를 내려앉았으나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토트넘 공격진들의 전체적인 세밀함이 떨어졌던 것도 있었으나 케인의 존재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토트넘의 공격은 빠르게 돌아뛰는 손흥민에 의존해 전개되기 시작했다.

토트넘이 케인에게 기대했던 것은 그가 가진 결정력 한방이었다. 케인은 이날 자신의 결정력을 뽐낼 기회조차 없었다. 그가 풀타임 누비며 날린 유효슛은 단 한 개가 전부였다. 위치 선정도 좋지 않았으며, 동료와의 연계도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다. 추가시간까지 97분가량을 뛰며 26번의 볼터치를 하는 데 그쳤다. 이는 선발 출전한 22명의 양 팀 선수 중 최저 수치다.

케인의 부진 속에 토트넘은 별다른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다. 잉글랜드 최고의 영웅이 더없이 초라해진 하루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