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리버풀] 30초 만에 실점 내준 토트넘, 리버풀의 기선제압

입력 2019-06-02 04:49 수정 2019-06-02 05:05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이 리버풀과의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리버풀이 페널티킥 득점에 힘입어 1-0으로 앞선 채 전반전을 끝마쳤다. 토트넘과 리버풀이 2일 새벽 4시(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맞붙었다.

토트넘이 자랑하는 ‘DESK’ 라인이 완전가동됐다.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던 해리 케인과 그의 부재를 완벽하게 매웠던 손흥민이 선발로 출격했다. 준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루카스 모우라는 선발에서 제외됐다.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 선수들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리버풀 선수들은 지난 시즌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지만 토트넘 선수들은 달랐다. 선수단 모두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경력상 처음이다. 심호흡하며 킥오프 전 몸을 푸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결승전인 만큼 양 팀 모두 최정예 선수들로 경기에 나섰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과 델레 알리를 4-2-3-1 포메이션의 좌우 날개로 기용했다. 중원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무사 시소코, 해리 윙크스가 배치됐다.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더베이럴트, 키에런 트리피어, 대니 로즈가 포백 수비를 맡았다. 골문은 주장 위고 요리스가 지킨다.

이에 맞서는 리버풀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는 선발진을 들고 나왔다.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가 삼각편대에 섰다. 미드필더는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조던 헨더슨, 파비뉴가 선발로 나서고 앤드류 로버트슨, 조엘 마팁, 버질 반다이크, 알렉산더 아놀드가 수비진을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알리송 베커가 꼈다.


◆ 30초 만에 PK… 토트넘에 찾아온 불운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후 관중들의 함성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승부의 변수가 발생했다. 주심은 시작 30초 만에 사디오 마네가 볼을 올리는 과정에서 무사 시소코의 팔을 스쳤다고 판정했다.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 나선 모하메드 살라는 오른쪽 구석으로 강하게 차며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예상보다 빠르게 실점을 내주며 포체티노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게 됐다.

실점한 토트넘이 라인을 끌어 올려 거센 반격을 시작했다. 측면으로 전개되는 역습보다는 점유율 중심의 운영을 펼쳤다. 리버풀은 급해진 토트넘의 심리를 이용했다. 강한 압박을 통해 중앙을 거쳐 짧게 올라가는 평소 스타일을 유지하되, 전방에 선 사디오 마네와 모하메드 살라에게 곧바로 긴 패스를 시도하기도 했다. 리버풀의 양측 윙백으로 출전한 로버트슨과 아놀드는 과감한 전진을 자제했다. 케인과 손흥민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데 집중했다.

토트넘에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이 19분 뒤로 돌아가는 볼을 잡아내며 빠르게 질주했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내준 패스는 아놀드의 다리를 맞고 퉁겨져 나왔다. 리버풀이 거세게 압박하며 토트넘의 공격을 잇달아 차단했다. 에릭센과 알리,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토트넘 2선 공격진들의 합이 좀처럼 맞지 않았다. 공격 기회를 잡았을 때 조직력이 무뎌지는 모습이 수차례 연출됐다.

전반 27분, 알더베이럴트가 위협적인 대각선 긴 패스를 날렸고 손흥민이 이를 침착하게 잡아내며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기회는 무산됐지만, 토트넘의 부분 전술 운영이 돋보였던 장면이었다. 볼이 없을 때 손흥민의 움직임이 매서웠다.

토트넘은 틈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신중하게 공격을 전개해 내갔다. 수비 시에는 시소코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빌드업을 도와주는 모습이었다. 이는 리버풀도 마찬가지였다. 수비 밸런스에 집중하며 조심스럽게 경기를 펼쳤다. 아놀드와 로버트슨의 소극적인 움직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리버풀의 빠른 공격이 시작됐다. 전반 37분, 로버트슨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나으나 요리스 골키퍼가 쳐냈다. 이어 살라가 크로스 상황에서 강력한 발리슛을 날리기도 했다. 수비적으로 운영하면서도 공격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슛을 시도했다. 리버풀 수비진들이 뒷공간으로 돌아 들어가는 공격수들에게 수차례 좋은 패스를 전달했다.

리버풀은 수비시에 4-5-1 형태로 전환하며 중원을 두텁게 했다. 좀처럼 중원에서의 틈을 내주지 않았다. 토트넘은 에릭센의 전반 추가시간 마지막 중거리슛이 높게 뜨며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토트넘에 많은 숙제를 안겨준 전반전이었다. 51일 만에 선발로 나선 케인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았고, 2선 공격진들의 연계 역시 좋지 않았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포체티노 감독은 전술적 변화가 절실해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