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루이스 권위자 맥그라스 방한…“기독교에 있는 매력적인 상상력을 느껴라“

입력 2019-06-01 16:36 수정 2019-06-01 16:57
세계적인 복음주의 성공회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라스(66) 영국 옥스포드대 석좌교수가 내한했다.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1898~1963)의 철학에 대해 심도있는 강의를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교회에 ‘상상력’을 주문했다.
알리스터 맥그라스 영국 옥스포드대 석좌교수가 1일 서울 중구 새문안교회에서 CS 루이스의 기독교적 변증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CS 루이스는 영국 북아일랜드 태생의 소설가이자 기독교 변증가다. 무신론자였던 그는 30대부터 신앙을 받아들여 성공회 신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기독교 변증서 ‘순전한 기독교’와 소설 ‘나니아 연대기’ 등이 있다. 그는 평소 기독교에 대한 논리적 접근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했다. 유명한 논증으로는 “나는 해가 떴다고 믿을 때처럼 기독교를 믿는다. 태양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태양을 통해 다른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어서 믿는 것이다”가 있다.

맥그라스 교수는 1일 서울 중구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에서 열린 제5차 서울 CS 루이스 컨퍼런스에서 ‘이성과 상상력의 대화’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시작 전부터 맥그라스 교수는 기독교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컨퍼런스가 시작하기 전 연단에 앉아있던 그에게 질문을 하거나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이 서 있기도 했다.
알리스터 맥그라스 교수가 강의 시작 전 컨퍼런스에 참여한 기독교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강연에 앞서, 맥그라스 교수는 자신의 삶부터 돌아봤다. 그는 “무신론자였던 나 역시 젊은 시절 기독교에 지성과 상상의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기독교를 제대로 이해했을 때 생각과 행동이 변할 수 있는 살아있는 증거가 루이스”라고 강조했다.

맥그라스 교수는 루이스가 신학의 대중해설자라기보다는 해석자였다고 평가했다. 기독교의 핵심 주제들을 학자가 아닌 이들도 쉽게 이해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고 봤다. 그는 루이스의 변증론을 기독교가 현실의 큰그림이라는 핵심 주장과 설교 중 이야기에 대한 중요성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분석했다.

기독교가 우주와 우리의 위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사고 방식이라는 심도 깊은 논증도 이어졌다. 맥그라스 교수는 “바울이 했던 명령처럼, 수동적으로 세상을 본받지 말고 능동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 자체가 변화”라면서 “이러한 생각의 변화가 기독교가 갖고 있는 또다른 자극”이라고 주장했다.

루이스의 저작 속에서 무신론을 믿는 이들에게 기독교적 가치에 대해 납득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과정도 있었다. 맥그라스 교수는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사자 아슬란이 하나님을 상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주인공 유스터스를 용에게서 보호하는 장면에서 죄에 대한 이미지가 심어진다고 봤다. 그는 “사자 아슬란은 유스터스를 치유해 회복시키는 유일한 존재”라면서 “나니아 연대기에서도 거짓과 자기기만에 빠진 인간과 그를 구원하는 하나님의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루이스와 깊게 교류했던 톨킨의 ‘반지의 제왕’ 등에서도 이러한 은유를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한 장면. 맥그라스 교수는 CS 루이스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에 기독교에 대한 상상력이 투영됐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과학과 신앙이 충돌하는 시대, 기독교인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맥그라스 교수는 루이스처럼 진리를 우선하되, 우주의 합리성을 놓치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는 “하나님이 세상의 합리성의 근거이고, 그 합리성을 찾게 도와주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둘 사이의 충돌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정성욱 미국 퓰러신학대 교수가 루이스의 신학과 변증학적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인성 숭실대 교수가 루이스의 문학적 상상력을 분석한 뒤 심현찬 미국 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장도 루이스의 삶을 조망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