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건너편에 사는 남성의 성적 농담과 ‘달걀 테러’에 시달린 할머니의 거주지에 한 네티즌이 방문했다. 네티즌이 공개한 사진에는 할머니를 괴롭혀 온 남성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네티즌 A씨는 31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달걀테러 할머님댁 방문 후기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제 다녀왔다”며 “직접 현장을 방문해보니 그간 할머님께서 받으신 고통이 생각나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A씨는 할머니가 사는 건물 곳곳을 촬영해 올렸다. 사진에 따르면 건물 2층 창문에 달걀로 추정되는 물체를 던진 흔적이 있었고, 주차장에는 페인트로 칠한 낙서가 빼곡히 있었다. 낙서는 달걀이 날아온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할머니가 그린 거라고 한다. A씨는 “얼마나 많은 테러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사진”이라며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낙서 옆에 날짜가 적혀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할머님께서 테러를 당한 날을 증거로 적어둔 것 같다”면서 “지난 23일까지 테러를 당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달걀 껍데기가 건물 앞에 널브러져 있어 참혹한 현장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며 “건물 주민들의 호소문도 붙어있었다”고 했다. 공개된 호소문에는 ‘건너편에 사는 젊은 남자가 2017년 부터 2019년 현재까지 (할머니를) 너무 많이 괴롭힌 걸 보니 운동 다니면서 보면 할머니가 너무 딱하게 보입니다’라고 적혀있다.
A씨는 “더는 이렇게 노약자를 괴롭히는 일들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할머니를 괴롭힌 남성에게)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2시간 동안 기다렸는데 결국 할머님을 뵙지 못했다. 비싸고 좋은 건 아니지만 마음의 표시라도 하고 싶어 몇 번 망설이다 두고 왔다”며 쪽지와 선물을 두고 왔다고 덧붙였다.
할머니의 사연은 지난 24일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 소개하며 화제가 됐다. 할머니는 평소 바닥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해 동네 주민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할머니는 제작진에게 “누군가 자신을 3년간 괴롭히고 있다”고 털어놨다.
할머니는 누군가가 달걀을 던지고, 폭행하고,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폐지를 팔아 모은 130만원으로 거주지에 CCTV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제작진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건너편에 사는 남성이 할머니에게 달걀과 오물을 던지고 성적 농담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빠른 시일 내에 (남성을) 출석시켜 조사할 예정”이라며 “심의를 거쳐 할머니의 신변 보호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