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향교에 일왕(日王) 연호를 쓴 현판(편액)이 장기간 그대로 걸려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대표적 친일관료 남계룡의 전각비에 뚜렷이 새겨진 일왕의 연호는 ‘昭和十五年(소화십오년, 1940년)’이라는 문구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제거하자는 운동이 활발히 활동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대비된다.
남계룡은 일제의 식민통치와 반인륜적 침략전쟁에 협력한 친일파다.
1935년 일본 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공로자명감’에 수록된 353명 중 한 명이다. 2008년 발표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중 관료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昭和十五年(소화십오년, 1940년)’이라는 일왕의 연호 중 일본식 표기 ‘쇼와’는 지난 1일 즉위한 나루히토 새 일왕의 조부인 히로히토의 연호다. 특급 전범인 히로히토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600년 역사의 광주 향교는 현재 전통 예절교육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광주를 찾은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예절교육, 다도교육, 혼례체험 등 다양한 전통체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친일인사의 낡은 유물과 침략전쟁의 상징인 일왕 연호가 새겨진 현판이 버젓이 내걸려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일선 학교에서는 친일파 인사가 작곡한 교가를 바꾸고 일제와 관련된 시설물을 철거하는 등 일제 잔재 청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