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K참사관이 파면 처분을 받은 가운데 조윤제 주미대사가 31일 “공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주미대사관 보안 유출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께 실망감을 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아울러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6월 (한·미) 정상회담 준비와 대미 외교에 차질이 없도록 저희 공관 직원들과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외교부는 전날 징계위원회를 열고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해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K참사관에게 파면 처분을 내렸다. K참사관은 의도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징계위는 정상 간 통화라는 중요 비밀을 유출했다는 점에서 중과실로 판단해 파면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K참사관이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 처분을 받았지만 조 대사는 아무런 문책을 받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K참사관 징계에 앞서 이달 중순쯤 감사관실 인력을 주미 대사관으로 보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 대사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징계는 피해갔다.
일각에서는 공관장인 조 대사에게도 지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기밀유지와 보안관리를 엉망진창으로 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 대사에게 일벌백계 차원에서 관리·감독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9일 조 대사 교체 여부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선 지금 현재로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