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5분 사고, 5시45분 외교부 보고, 8시 문 대통령 첫 지시

입력 2019-06-01 04:00

청와대가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 ‘늦장 대응’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일각에서 유람선 침몰 사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지시가 나오기까지 4시간이 걸린 점을 문제 삼자, 대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정확한 시간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늦장 대응’과 관련해 “사고가 나자마자 바로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질 수는 없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과잉 대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고 인지, 초동 대처, 그 이후 중대한 상황으로 번지는지에 대한 파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고 발생부터 첫 지시까지 4시간이 걸렸지만, 사고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상식적인 부분”이라며 다소 강경한 어조로 설명했다.

사고 발생 이튿날인 31일 문 대통령은 별다른 추가 지시 사항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면서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들, 여러 가지 조치 상황들에 대한 세세한 보고는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에 정부 차원의 신속 대응팀이 도착한 만큼, 후속 조치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고 직후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대응은 어땠을까.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한국 시간으로 30일 오전 4시5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대사관은 오전 5시쯤 사고 사실을 인지했고, 오전 5시45분에 외교부에 긴급 상황을 알렸다. 이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외교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다.

다만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외교부로부터 보고 받은 정확한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관저에서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했고, 오전 8시 문 대통령의 첫 지시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나 정 실장이 사고를 인지한 정확한 시간과 관련, “정확한 보고 시간과 횟수를 확인해드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굉장히 빠른 시간에 보고가 이뤄졌고, 여러 차례 보고 끝에 상황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지시가 이뤄져야 한다”며 “오전 8시에 지시 사항이 내려왔다고 해서 그전까지 아무런 보고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지난 30일 오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첫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사고와 관련해 헝가리 정부와 협력하여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구조 활동을 긴급 지시했다”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고 상황을 보고받은 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중대본을 즉시 구성하고, 국내에 있는 피해자 가족과 연락 체계를 유지하면서 즉각적인 상황을 공유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현지에 신속 대응팀을 급파할 것도 주문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45분 청와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추가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 유경험자 등으로 구성된 해군 해난구조대 등 파견, 사망자의 신속한 국내 운구, 부상자와 가족의 귀국 등 필요한 조치 준비 등을 지시했다. 이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5시47분에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급하게 전화 드렸는데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실종자 구조는 물론 구조자 치료, 사망자 수습 및 유해 송환 등 후속 조치들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오르반 총리는 “모든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