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발생, 국내 유입 가능성

입력 2019-05-31 10:12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으로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발병 시 치사율이 100%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병한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홍콩에 이어 북한으로 확산했다. 북한에서 멧돼지를 통해 국내로 유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우리나라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북한 접경 지역의 방역상황을 재점검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북한이 지난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ASF 발병을 보고했다고 31일 밝혔다. 북한에서 발생한 ASF는 아직 1건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3일 자강도 우시군 소재 북상협동농장에서 신고됐고, 지난 25일에 확진됐다”며 “농장 내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ASF로 폐사했고 22마리는 살처분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이어 “북한은 현재 발생농장을 봉쇄해 이동을 제한하고 있으며 사체와 부산물을 폐기 처리하고 소독을 실시하는 등 방역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ASF 예방 백신이 없어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바이러스 생존력이 매우 높은 가축 질병이지만 다행히 다른 동물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 최근 3년간 47개국에서 발생했다. 2018년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1년도 안 돼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홍콩 등 주변 나라로 급격히 확산했다. 농식품부가 현재까지 확인한 아시아지역 ASF 발병국은 중국(133건) 베트남(211건) 몽골(11건) 캄보디아(7건)이다. 최근 베트남에서 ASF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현지 사육 돼지의 5%가량인 15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ASF가 북한에서도 발생하자 우리나라도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은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육지를 이용해 국내로 들어와 우리나라 돼지 농가에 ASF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 이재욱 차관 주재로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접경 지역에 대한 현재까지 방역 상황을 재점검하고 차단 방역에 필요한 조처에 들어갔다. 이 차관은 “농식품부 차원에서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는 예방대책들을 논의하고 결정된 것은 즉시 시행해야 한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접경지역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통일부, 환경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기도, 강원도 등 관계기관 긴급회의를 개최해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ASF 유입에 철저하게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농식품부 장관은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조해 북한 접경 지역의 방역 상황을 긴급히 재점검하고, 차단 방역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며 “통일부와 협조해 북한과 방역 협력 방안도 검토하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다음 달 1일 멧돼지 등을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우려가 있는 임진강·한강 하구 지역을 방문, 접경 지역 방역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