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이남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부산 2019’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지난 30일부터 2일까지 열렸다. 30일 오후 3시 VIP프리뷰 오픈과 함께 관람객이 쏟아져 들어오자 행사장은 활어가 펄떡이는 듯했다. 행사장 초입, 잉카 쇼니바레의 인체 설치 작품이 국제 아트페어로서의 위상을 웅변하듯 시 있었다. 쇼니바레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프리카 현대미술 작가다. 올해로 5년째인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기반의 펄램 갤러리가 들고 나왔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첫날부터 관람객이 많은 편이다. 단순 관람이 아니라 구매 의지를 가진 컬렉터들의 방문이 많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트부산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국내 아트페어 평가에서 서울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이하 키아프)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올해 8회째의 초등생이 17년 역사의 고교생을 따라잡은 셈이다.
국제 아트페어로서의 격을 갖춘 라인업이 돋보였다. 중국 탕갤러리도 지난해에 이어 재참가를 하는 등 국내외 17개국 164개가 참가했다. 독일 쾨니히갤러리는 올해 처음 진출했는데, ‘가방 인간 조각’ 등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작가 어윈 브룸의 개인전으로 꾸몄다. 관계자는 “3월 홍콩 바젤 아트페어 때 한국인 컬렉터들의 반응이 좋아서 아트 부산 참가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성은 강화하면서도 전체 참여 갤러리 수는 키아프보다 적어 오히려 작품 관람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지난해 키아프에는 14개국 174개 갤러리가 참가했었다. 그러면서 화랑 부스의 가벽은 더 넓고 높아서 디스플레이에 좋다며 갤러리마다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국내에서도 기존에도 참여했던 갤러리현대, 아라리오, PKM, 가나아트, 우손 등 서울과 대구의 메이저 갤러리들 외에도 올해는 학고재, 원앤제이, 바톤 등 ‘홍콩 바젤아트페어족’들도 가세했다. 역대 최고 라인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고가는 미국 아트오브더월드갤러리가 들고나온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샘 프랜시스의 작품 30억 원이었다. 한국 작가 최고가는 1호 10억원 클럽작가인 이우환이였다. 프랑스 파리와 중국 상하이에서 동시 전시를 하며 ‘위작 사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있는 이우환의 작품은 현대갤러리, 우손갤러리 등 몇몇 군데서 초대형 작품을 들고나와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현대갤러리는 1988년 작 100호(161×130㎝) ‘바람과 함께’를 8억9000만원에 내놨다. 우손갤러리는 1998년작 ‘조응’ 시리즈 300호(218×290㎝)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 가을 키아프 때 뉴욕 3대 화랑의 하나인 페이스 갤러리에서 내놓은 윌럼 데 쿠닝의 작품 ‘무제’(1986)가 페어 최고가인 750만 달러(약 84억 원)에 팔린 것에 비하면 아트부산의 판매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다. 주요 갤러리들도 키아프 때보다는 낮은 가격대, 추상보다는 구상작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들고 나왔다.
선택 폭이 넓은 가격대도 매력이다. 원앤제이갤러리가 100만원∼4억원, 초이앤라거갤러리는 1000만원∼2000만원대, 갤러리룩스는 400만∼800만원대 등 30∼40대 월급쟁이 컬렉터들에게도 매력적인 가격으로 호객하는 화랑들이 적지 않았다.
우손갤러리 김은아 대표는 “미술장터, 먹거리, 힐링 여행 등 세 마리 토끼잡이가 가능한 부산의 매력도 급성장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