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동반 하락세가 11개월 만에 멈췄다. 지난달 산업생산과 투자가 두 달 연속 동반 증가세도 보였다. 장기간 지속한 침체 국면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일시적인 지표일 수 있어 경기 하락세가 멈췄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통계청은 31일 ‘4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과 같았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넘어서면 경기 활황, 100을 밑돌면 경기 하락세라 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4월부터 12개월 연속 하락하다 지난달 보합세로 돌아섰다.
향후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8.2로 전월과 같았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하락해왔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동시에 하락한 것도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이었다. 지난달에서야 동반 하락세가 멈춰섰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동행지수는 광공업생산지수가 전달과 동일했고 수입의 감소폭이 줄어 보합을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는 1~3월 큰 폭으로 감소한 구인구직비율이 4월 ‘플러스’로 돌아섰고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와 미래 경기 예측이 모두 하락세를 벗어나면서 경기가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통계청은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김 과장은 “최근에 급격히 경기 지표가 하락하면서 일시적으로 기술적인 반등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크기 때문에 경기 하락세가 멈췄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지난달 생산·설비투자 지표는 두 달 연속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생산지표인 전산업생산은 107.5로 전달에 비해 0.7% 상승했다.
분야별로는 광공업 생산이 1.6% 증가했다.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을 나타내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6%로 1.0% 포인트 상승했다. 플래시메모리 등 반도체(6.5%)와 벙커C유, 제트유 등 석유정제(11.2%) 등이 증가한 게 주효했다.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에 비해 0.3% 증가했다. 도소매(-1.1%)에서 감소했지만, 전문·과학·기술(3.2%), 교육(1.6%) 부문에서 증가하면서 전체 증가세를 도왔다.
투자지표인 설비투자는 3월 10.1%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전월 대비 4.6% 늘어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2.7%) 투자가 감소했지만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8.1%) 투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한 덕이다. 지난달 일평균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액은 4200만 달러로 전월(3560만 달러)보다 약 18% 늘어났다.
전산업생산이 두 달 연속 증가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설비투자의 경우 2017년 11월~지난해 2월까지 넉 달 연속 증가한 뒤 첫 증가 흐름을 보였다. 김 과장은 ”전산업생산지수와 설비투자가 2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최근 흐름과 달리 확실히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소비지표인 소비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 가전제품과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4.2%) 판매가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미세먼지 등 요인으로 공기청정기 소비가 많았던 전달의 상승분이 기저효과로 작용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건설기성도 건축(-2.7%)과 토목(-3.0%) 모두 실적이 줄면서 전월 대비 5.6% 감소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