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인터뷰④] 김태훈과 호진석

입력 2019-05-31 10:00
라이엇 게임즈 제공

한화생명 인터뷰의 마지막 대상은 ‘라바’ 김태훈과 호진석 코치다. 둘은 사석에서 형, 동생으로 지낸다. 지난 4월 일산의 한 클라이밍 센터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의 여름은 절박하다. “다음 시즌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훈 “제일 열심히 하는 시즌으로 만들겠습니다”

“친구 ‘서밋’ (박)우태가 다른 팀에 가서 잘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나더라고요. 너무 잘하니까. 포스트 시즌에도 나가고요. 저도 이번 시즌은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면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라바’ 김태훈은 이제 막 다섯 번째 시즌을 맞는다. 그간 네 번의 시즌 성적은 7위 한 번과 6위 세 번이었다. 그래서 더 포스트 시즌에 욕심이 난다. “서머 때는 코치, 감독님 말씀도 잘 듣고 시키는 것을 열심히 해내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라바’ 김태훈에게도 아쉬웠던 스프링 시즌이다. 그는 “스스로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대회 때도 기복이 심했다”며 “주전 경쟁을 했다는 게 스스로에게는 만족할 일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템트’ 강명구와 번갈아 가며 미드라인을 지켰다.

김태훈은 중학생 때 LoL을 시작했다. 처음 받았던 솔로 랭크 티어는 브론즈였다. 플레티넘1로 첫 번째 시즌을 끝냈고, 이후 챌린저까지 금세 도달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훈의 첫 포지션은 서포터였다. 솔로 랭크 천상계에서는 ‘서폿가는태훈이’라는 소환사명으로 통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 데뷔는 수월하지 않았다. SK텔레콤 T1과 해외 팀 몇 군데서 테스트를 봤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고릴라’ 강범현(미스핏츠)을 비롯한 몇몇 지인들의 조언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미드를 하면 더 잘할 거다”라는 말을 듣고 라인을 바꿨다. 그러자 기량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한화생명(당시 락스 타이거즈)은 김태훈이 미드라이너로 처음 입단 테스트를 본 팀이었다. 바로 합격해 데뷔에 성공했다.

김태훈의 첫 번째 목표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다. 최종 목표는 대다수 선수와 마찬가지로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이다. 프로게이머 생활이 모두 끝났을 때 ‘미드하면 라바가 있었다’로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은퇴 후에는 개인방송 쪽에 흥미가 있다. 자신에게 한계를 느끼고, 부족함을 느낄 때쯤 그만둘 생각이다.

“스프링은 새로운 팀원들과 합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서머 때는 그 합을 조금 더 정교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반드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겠습니다. 요즘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없잖아 있어서 운동도 하고 있어요.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리는, 제일 열심히 하는 시즌으로 만들겠습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호진석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겠습니다”

올드팬들에게 호진석 코치는 ‘린란’이라는 닉네임이 더 친숙하다. 2014년 빅파일 미라클에서 당시 원거리 딜러였던 ‘코어장전’ 조용인과 바텀 듀오를 이뤘다. 지금은 24세의 젊은 코치다. 사석에서는 일부 팀원들과 형, 동생으로 지낸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는 철권 같은 격투 게임을 즐겨했고 잘했다. 고등학생 때 친구 따라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시작했다. 금세 먼저 시작했던 친구들의 솔로 랭크 점수를 제쳤다. 곧 입단 제의를 받아 프로게이머가 됐다. 커리어가 순탄치는 않았다. 큰 업적 없이 떠났다.

호 코치를 다시 LoL 프로 신으로 불러들인 건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헤드셋을 벗고 1년 동안 휴식을 취하던 도중 라이엇 게임즈의 다큐멘터리 ‘전설, 날아오르다: 페이커 앤드 비역슨’ 편을 접했다. “숨어있던 열정이 다시 불타올라” 다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을 나온 이후에도 LoL을 계속 해왔기에 솔로 랭크 점수는 상위권이었다. 때마침 CJ 엔투스가 선수 모집 공고를 냈다. 테스트에 합격했고, 숙소 생활도 했다. 결국 CJ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오지는 못했다. 바로 군에 입대했다. CJ 시절 인연이 생긴 강현종 감독이 “길게 보자”며 제대 후 코치 자리를 제의했다.

지금도 가끔 ‘전역 후에도 계속해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당장 코치 역할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어쩌면 코치직이 더 어울린다. 그는 “인맥이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호 코치도 이번 스프링 시즌은 뒷맛이 찝찝했다. 그는 “1라운드 때는 우리가 4위까지 올랐다. 나쁘지 않게 마무리를 했던 만큼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우승까지도 노릴 수 있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즌 막바지에 잘 안 풀렸다. 많이 서운한 건 아니지만,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시즌에는 실수하지 않겠다. 호흡을 맞춰가면서 포스트 시즌에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다들 똑같은 마음가짐이겠지만, 이번 시즌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할 거예요. 저만이 아니라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죠. 선수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끔 하려고 해요. 저 혼자 잘 되는 것보다는, 다 같이 잘 됐으면 합니다.”

그는 오프시즌 동안 강현종 감독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선수 지도 방향에 대해 의논했다. 그는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즌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불태우겠다”며 “졌을 때는 누구의 책임이 아닌 ‘우리가 못해서 진거다’라는 생각으로, 이겼을 때는 ‘다 같이 잘해서 이긴 거다’라는 생각을 갖게끔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