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에게 성추행 당했다” 미투 후 방글라데시서 벌어진 일

입력 2019-06-01 00:31
CNN

방글라데시에서 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여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가해자인 교장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저지른 계획 살인으로 밝혀졌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남성 16명은 지난달 6일 수도 다카에서 160㎞ 떨어진 이슬람 학교에 다니고 있던 누스랏 자한 라피(19)를 학교 옥상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라피는 지난 3월 27일 자신이 다니던 학교 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여성이 성추행을 당해도 묻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라피는 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교장이 경찰에 체포된 후 이 학교 남학생들은 교장을 석방하라는 시위를 벌이며 라피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을 피해다니던 라피는 지난 4월 6일 기말고사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교로 갔다가 산 채로 화형됐다. 라피와 평소 절친하던 친구는 “옥상에서 네 친구가 집단구타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피를 옥상으로 유인하려던 술책이었다.

라피의 생전 모습

옥상에는 남성 일당이 라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학교 남학생과 이 지역 정치인으로 구성된 무리였다. 이들은 라피에게 교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라피가 거부하자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 라피는 가까스로 현장을 탈출했으나 전신 80%에 심한 화상을 입고 숨졌다. 이들은 라피가 분신자살한 것으로 위장하려고 현장을 조작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살해 계획은 수감 중인 교장의 지시 하에 설계됐다. 방글라데시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 16명 모두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라피의 죽음 후 방글라데시 전역에서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