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큰 배가 설마 했는데 ‘쿵’…아래층 못 빠져나왔을 것”

입력 2019-05-30 16:06 수정 2019-05-30 21:04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등이 탑승한 유람선 '하블레아니'가 침몰해 구조대가 다뉴브강 둑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는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던 사고 유람선과 막 출발한 대형 크루즈선이 추돌하며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여행사 참좋은여행에 따르면 구조자 중 한 명은 “한국인 탑승객들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1시간가량 유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막 출발한 바이킹 크루즈라는 대형 배가 유람선을 추돌해 침몰했다”고 증언했다. 정박장에 거의 도착한 선박을 막 출항하는 크루즈가 뒤에서 ‘쿵’ 하고 받았다는 것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구조자가 직접 증언해 확실한 내용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된 한국인 관광객의 통역을 돕고 있는 현지 교민도 이날 연합뉴스에 “구조된 사람 중 한 분은 ‘큰 유람선이 오는데 설마 우리를 (들이)받을까’ 생각했는데 두 배가 부딪히고 전복이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교민은 또 “갑판에 나와 있던 탑승객들은 수영을 해서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아래층에 있던 탑승객 중 상당수는 침몰하는 유람선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지 기상정보 전문 제공업체 ‘이디오켑(Időkép)’이 공개한 유람선 침몰 사고 영상 캡처본. 이디오켑 홈페이지

헝가리 매체와 인터뷰한 현지 목격자는 “밤 10시가 채 안된 시간 갑자기 하블레아니호가 뒤집혔으며, 이후 빠르게 가라앉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선박 운항사 대변인도 현지매체에 “유람선이 몇 초 만에 가라앉았다. 배에 구명조끼가 있었지만 승객과 승무원이 이를 챙길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가 너무 빠르게 침몰해 경보를 발령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여행사 측은 사고수습 및 대책 강구를 위해 이날 오후 1시쯤 여행사 부사장 포함 14명의 직원을 현지로 파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여행객 가족은 현지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당국은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선 헝가리 차관급 인사가 구조 작업을 지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람선에는 한국인 33명과 현지인 2명 등 총 35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객은 지난 25일 출발한 참좋은여행의 ‘발칸 2개국·동유럽 4개국’ 프로그램 고객들로, 승객 대부분은 40~50대이고, 최고령자는 1947년생(72세), 60대는 1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구성하고 상황 관리에 돌입했다. 또 헝가리 현지에 외교부, 소방청 등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을 급파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