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사고’ 악천후에도 여행사는 왜 일정을 강행했나… 비용·여행객 반발 우려

입력 2019-05-30 14:21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우리국민 단체여행객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크루즈선과 충돌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참좋은여행사에서 이상무 전무이사(최고고객책임자)가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탄 유람선이 침몰할 당시 현지 기상상태는 폭우가 내리고 번개가 치는 등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고 당일 기상은 좋지 않았다. 부다페스트 현지 교민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인터넷에 “부다페스트에 살면서 이렇게 하루 종일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면서 “하필 지금 이렇게 많이 내리나 싶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에서도 폭우로 다뉴브 강물의 수위가 높아졌고 유속도 평소보다 빨랐다고 보도했다.

사고 발생 직후 인터넷에선 악천후에도 여행사가 일정을 취소하지 않고 유람선 관광을 강행했다는 비난 여론이 불거졌다. 반대로 다른 배들도 정상 운행한 만큼 여행사의 잘못이 아니라는 옹호의 글도 올라왔다.

그럼에도 여행사가 안 좋은 기상에도 일정을 진행한 것을 두고 여행 업계의 고질적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부다페스트 유람선 투어처럼 패키지 여행은 현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 관광지들을 투어 일정에 넣는다. 관광객들이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만큼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투어 참가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취소할 경우 반발이나 비용 부담 등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정을 취소하려면 여행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다”면서 “또 여행사가 무리하게 일정을 취소하면 거센 반발은 당연하고 투어를 잡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회수할 수도 없고 일부 금액은 환불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큰 문제가 아니라면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여행사가 사고를 유발한 당사자는 아닌 만큼 일방적인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많다.
여행 카페에는 “여행사의 책임이 아닌데 무작정 잘못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잘못된 것 같다”거나 “여행사가 현지로 가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보자”는 글들이 올라왔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도 “부다페스트 현지 날씨나 강물 수위가 유람선 투어 일정을 취소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여행사 입장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투어 일정을 취소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