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 위르겐 클롭 감독은 결승전에 대한 좋은 기억이 딱 한 번 뿐이다. 사령탑 지휘봉을 잡고 총 7번의 컵 대회 결승전을 치렀으나 단 1승에 그쳤다. 다음 달 2일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불안감이 맴도는 이유는 그래서다. 단판으로 치러지는 데다 선수들에게 결승이라는 특별한 동기부여가 있으므로 객관적인 전력이 일반 경기만큼 반영되기 어렵다.
클롭이 감독으로서 치른 첫 결승전은 7년 전이다. 2012년 5월 DFB-포칼컵(독일 컵대회) 결승전에서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이끌고 바이에른 뮌헨을 5대 2로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것이 클롭의 감독 경력상 마지막 결승전 승리가 됐다. 이후 6번 더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모두 패했다.
2012-2013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뮌헨에 1대2로 패배한 데 이어 2013-2014시즌 DFB-포칼컵 결승전에서 또 한 번 뮌헨에 0대2로 패했다. 다음 시즌 곧바로 DFB-포칼컵 결승전에 올랐으나 역시 볼프스부르크에 1대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클롭의 결승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2015-2016 캐피탈 윈 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와 1대 1 무승부를 거뒀으나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같은 해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도 스페인 세비야에 1대 3으로 무너졌다. 지난 시즌 역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으나 가레스 베일이 환상적인 활약을 펼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1대 3으로 무릎을 꿇었다.
올 시즌에도 준우승 꼬리표는 따라다녔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며 승점 97점을 기록했다. 이는 잉글랜드 프로축구를 통틀어 역사상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승점이다. 1992년 개편된 프리미어리그 27년 역사에서 단 두 시즌만 빼면 정상에 설 수 있다. 그러나 98점을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에 밀려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반대편 대진에서 살아남은 쪽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여러 번 만났던 토트넘이다. 익숙한 상대다. 좋은 기억도 갖고 있다. 클롭 감독 부임 이후 치른 토트넘과 맞대결에서 단 1패에 그쳤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맞붙었던 두 번의 대결에서도 모두 승리했다. 현지 스포츠 도박사들은 압도적인 수치로 리버풀 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클롭 감독은 준우승의 악몽을 떠올리며 방심을 경계했다. 30일 경기 전 기자들과의 공식 인터뷰에서 “토트넘과 우리의 수준은 비슷하다. 꾸준함에서 우리가 좀 더 나았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토트넘은 3주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해리 케인 등 부상자들도 복귀했다. 결승전은 접전이 될 것”이라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감독 경력상 8번째 결승 무대에 선 그가 지독하게 따라다녔던 준우승 징크스를 떨쳐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