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치아가 빠진 채 방치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상실된 치아 개수가 많을수록 심장에서 나가는 혈관(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폐쇄성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증가했다.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치과 이호, 순환기내과 김학령 교수가 노년층에게서 나타나는 치아 손실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다.
신체 약화가 나타나는 노년기에는 턱관절과 치아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 중 치아 손실은 음식을 섭취하는 데 불편함을 초래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치아 관리에 소홀하면 빈 공간에 인접 치아가 몰리거나 치석이 쌓여 2차적인 잇몸질환도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13년 2월~2015년 1월 관상동맥 조영술을 받은 환자 88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아 건강상태가 관상동맥 등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88명 가운데 45%(40명)에게서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이 발견됐다. 이들 가운데 95%(38명)는 남성이었다. 이들의 33%가 흡연 중이였고 52%는 고혈압, 35%가 당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상 그룹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치아 건강 지수 분석 결과에서는 정상 그룹의 경우 평균 5.44개의 치아 상실이 발생한 반면,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이 발견된 그룹의 치아 손실 개수는 평균 13.08개로 치아 상실률이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의 중등도에 따른 치아 상실 개수의 차이를 비교했더니 비교적 가벼운 경도 그룹의 경우 평균 10.67개의 치아 상실이 발생한 반면, 중증의 고도 그룹은 평균 21.17개의 치아가 상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실된 치아 개수가 늘어남에 따라 심혈관 질환 위험도 함께 증가함을 보여준다.
이호 교수는 30일 “노년기 치아 상실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치아가 상실된 채 방치할 경우 전신의 만성 감염이나 염증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심혈관 기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학령 교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대표되는 심혈관 질환은 현대인들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건강상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치아 상실과 함께 신체 기능도 저하되는 노년층의 경우, 평소 치아 건강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전문 저널 ‘BMC 심혈관장애(Cardiovascular Disorders)’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