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의 시인 김경주 대필 논란

입력 2019-05-29 21:45 수정 2019-05-30 05:43
시인 김경주. 국민일보DB

김경주(43·사진) 시인이 2016년 발표한 글을 차현지(32) 작가가 대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03년 등단한 김 시인은 베스트셀러 시집인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2006) 등을 냈고 김수영문학상과 오늘의젊은예술가상을 받았다. 2011년 소설로 등단한 차 작가는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재학 시절 초빙교수로 2010년 김 시인을 만났다.
29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차 작가가 대필한 글은 2016년 미디어아티스트 흑표범의 전시 도록에 김 시인 이름으로 실린 ‘서쪽 건너에 비치는 환시’라는 제목의 비평이다. 차 작가는 지난 4월 대필 전력을 고백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김 시인은 이달 초 흑표범에게 연락해 대필을 고백했고, 흑표범은 사실 확인 후 지난 27일 페이스북 글에서 “도록 글의 필자명을 (김경주에서 차현지로) 정정한다”고 알렸다.
김 시인은 이날 한국일보에 보낸 입장문에서 “2016년 흑표범 작가에게 원고 청탁을 받았으나 작가로서 부담이 됐다”며 “평소 미술 평론에 관심이 많던 차 작가가 본인이 써보고 싶다고 했고, 합의 하에 차 작가가 원고를 작성하게 됐다”고 한다. 원고료 전액에 본인의 돈을 보태 차 작가에게 보냈다고도 했다. 대필은 강요가 아니라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 작가는 자신이 먼저 대필 제안을 했다는 김 시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김 시인이 먼저 대필 제안을 해왔다. 당시 나는 신인이었던 데다 글을 쓸 기회가 너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 시인과 차 작가 모두 문인의 윤리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