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女 집에서 음란행위 한 男이 무죄 받은 이유

입력 2019-05-29 20:57
게티이미지뱅크

처음 보는 여성의 집에서 음란행위를 한 30대 회사원이 1심과 2심에서 모두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 여성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고승환)는 29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37)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4일 오전 2시경 전북 전주시 완산구 B씨(29)의 집 안 현관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자신을 위층에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뒤 “화장실이 급하다”며 접근했다.

볼일을 보고도 그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자 B씨는 “화장실을 다 이용했으면 이제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A씨는 느닷없이 음란행위를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B씨의 위층에 사는 인물이 아니었다. 길에서 B씨가 귀가하는 모습을 발견한 후 따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그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다만 집 안에서 음란행위가 이뤄져 공연음란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주거침입죄도 적용하지 못했다. B씨가 그가 집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상대방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강제추행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한다.

검찰은 퇴거불응죄를 추가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퇴거불응죄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강제추행 혐의는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강제추행죄를 적용하기 위해선 최소한 상대방을 향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 한다”며 “제자리에서 피해자를 보고 음란행위를 한 것만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퇴거불응죄는 유죄로 인정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