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꾸린다는 민관협의체에 국방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도 넣어야 합니다. 게임이 질병으로 허용되면 얼마나 많은 청년이 이를 빌미로 군면제를 신청하겠습니까.”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29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게임은 10~20대 청년들이 많이 한다. 만약 군 입대를 앞둔 남성의 10%가 게임 과몰입을 이유로 군 면제를 신청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지금도 자기 몸을 상하면서까지 군 면제를 받으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 그만큼 (게임의 질병화는)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인정돼 군 면제를 받는 사례가 나오면 현역 판정을 받은 많은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위 교수의 지적이다.
위 교수는 이런 이유를 들어 국방부와 중기부도 정부에서 꾸리는 민관협의체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도입되면 국방부는 병역 면제 이슈가 생긴다. 게임 과몰입을 이유로 1만명이 군대 못 간다고 하면 징병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논의에 반드시 국방부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게임중독을 빌미로 회사에 병가를 반복적으로 내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게임 과몰입을 이유로 장기 휴가를 내고 돌아와서 얼마 안 있다가 또 병가를 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또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50개 센터에 1년간 상담자가 200명이 안된다는 통계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힐링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다”며 “시설이 있는데 이용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질병코드 국내 도입이 정말 필요한가. 질병코드 등록을 말하기 전에 기존의 것부터 잘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을 질병코드로 등록한다고 병원에 환자가 많아지는 게 아니다. 이익 집단은 질병코드 도입 후 진단을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 것이다. 그게 돈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현 정부의 20대 지지율이 최악이다. 만약 20대가 가장 즐겨찾는 콘텐츠까지 때려잡으면 지지율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검은 색 양복을 차려입은 주최측은 출범식 현장에 게임 산업 근조 현수막과 게임 영정사진을 걸어놓고 게임 산업에 대한 탄압을 규탄했다. 참석자들은 ‘애도사’를 낭독하며 “게임은 소중한 문화이자 4차산업혁명을 여는 창이지만 현대판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